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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좋은 금융위·금감원, 박근혜 정부 개혁성과 '뻥튀기'
허울좋은 금융위·금감원, 박근혜 정부 개혁성과 '뻥튀기'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7.04.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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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규제개선 실태..점검 법적근거 없이 심사 늦추고 이행실적도 과대 포장
 

[금융소비자뉴스 강민우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파면으로 권력공백 상태가 생긴 가운데 공평무사해야 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권위가 실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박근혜 정부의 4대 개혁과제 중 그나마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던 금융개혁 성과가 부풀려졌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탓이다.

감사원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추진한 금융규제개혁 관련 감사를 벌인 결과 16건의 문제점을 적발했다고 3일 발표했다.

감사원이 문제삼은 건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금감원이 법에 없는 규정을 만들어 금융회사의 업무처리를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회사가 약관 제·개정을 신청하면 금감원은 10영업일 이내에 수리 또는 변경 명령을 해야 한다.

하지만 금감원은 관련 법에 없는 ‘반송·철회 권고’라는 규정을 적용해 약관 제·개정 심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지난해 이 규정을 통해 카드회사들이 약관 개정 신청하면 반송하고, (카드회사가) 수정·보완해 재접수하면 이를 새로운 약관 접수로 간주해 심사 기간을 늘렸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금융위가 발표한 규제개혁 성과도 부풀려졌다고 봤다. 금융위는 2014년 208건, 2015년 211건의 규제개선을 했다고 밝혔으나 이 가운데 각각 32건, 105건은 실제론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2015년 미이행 과제 105건 중 35건은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이행을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다.감사원은 또 2015년 금융위가 발표한 대국민 금융개혁 인지도 설문조사도 문제삼았다. 금융위는 그해 10월 일반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개 금융개혁 과제 중 4개 이상을 알고 있다는 국민이 97.4%에 달한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금융위는 설문대상자 500명 중 ‘금융개혁을 처음 들어본다’고 답한 198명을 제외하는 식으로 설문 결과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에 문제된 16건에 대해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에게 ‘주의’를 통보했다.

금융위는 사전에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추진해 온 금융개혁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금융위가 일부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금융위의 자화자찬은 거짓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귀하께서는 금융개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십니까'라는 금융개혁 인식조사 2번 문항을 통해 조사 대상을 사전에 분류했다.

2번 문항에 대한 답변은 ①잘 알고 있다 ②어느 정도 알고 있다 ③들어본 적 있다 ④처음 들어본다 등인데 금융위는 '처음 들어본다'고 답한 응답자에 대한 조사를 즉시 종료하고 설문 대상자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러한 설계에 따라 전체 응답자 500명 중 4번을 고른 198명은 설문 대상에서 제외됐다. 상식적으로 금융개혁을 모르는 일반인은 금융개혁과제에 대한 인지도도 낮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이 "4번 응답자를 제외하고 진행한 해당 설문조사는 일반국민의 금융개혁 과제 인지도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다. 한술 더 떠 이런 과정을 통해 산출한 97.4%라는 설문결과에도 오류가 있었다. 감사원이 갤럽에 재확인한 결과 실제로 4개 이상의 금융개혁 과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97.4%보다 31.5%포인트 낮은 65.9%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문제 투성이인 조사결과를 언론에 배포했고 14개 언론 매체가 해당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보도했다. 감사원은 "금융위는 금융개혁을 처음 들어본다는 응답자를 제외한 인지도 97.4%를 마치 일반국민의 금융개혁과제 인지도인 것처럼 오인되도록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했다"며 "잘못 작성된 연구용역결과 보고서를 보도자료 등으로 발표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위원장은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의' 주치를 내렸다.

이밖에 금융위는 감사원으로부터 규제개혁 과제를 주요 성과로 분류하는 등 규제개혁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도 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내용들에 대해 대체적으로 수용한다"며 "단 규제개혁 실적을 부풀렸다는 부분은 현재도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집계 차이가 나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식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용역수행업체의 데이터와 결과를 검증하는 데 소홀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단 고의성은 없었다"고 답했다.

금융위 해명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금융개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설문조사를 설계해 놓고 그 결과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인지도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감사원 지적에 공식적으로 반박 보도자료를 내지 못하는 건 스스로도 해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개혁 실적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던 탓에 일처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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