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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 '봉'노릇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 '봉'노릇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7.04.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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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해법'나올까…조선업 구조조정은 RG 채권자 공동 손실부담
 

[금융소비자뉴스 박미연기자] 이번에도 만만한 회사채 투자자들이 '봉'이 되고 말았다.국민연금 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투자자들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선수금환급보증(RG) 채권자들도 손실부담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30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RG 채권이 채무조정안에서 제외된 것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국민연금 측은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이 조선업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깬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의 '조선업 구조조정 처리기준'에서는 담보채권자와 무담보채권자, RG 채권자 등 총 채권자를 대상으로 채무조정 등에 따른 손익을 추후에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정산기준을 제정하도록 돼 있다.

이번 채무조정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및 시중은행이 보유한 RG 채권이 제외되면서 이 같은 원칙을 위배했다. 국민연금이 말하는 형평성 중 하나는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시중은행 구조조정 담당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에서는 RG 채권도 포함해 채무조정을 하도록 돼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RG 채권을 제외한 무담보채권만 100% 출자전환하도록 돼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부담하는 손실은 전체 채권 중 10%에 불과한 만큼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이 부담할 손실, 즉 출자전환 비율 50%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RG 채권은 대우조선해양이 선박 건조를 완료해 선주에게 인도하면 저절로 줄어든다.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절반을 출자전환한 후 나머지 절반은 만기유예시킨 터라 원금회수가 어렵다. 이런 원칙을 위배한 채무조정안에 동의할 경우 국민연금은 배임 문제에 휩싸인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의 수치와 재무제표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채권 투자자들에게 실사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실사보고서를 회수해갔다"며 "찬반 여부를 결정할 자료는 여전히 부족하다. 출자전환 비율이나 수치 등에 대한 신빙성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는 "RG 채권을 포함한 총 채권액 18조1000억원으로 따지면 출자전환 비율이 회사채 투자자 50%, 시중은행 20%,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10%에 불과한 것"이라며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동의받도록 강요당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 점을 모두 감안해 채무조정안에 대한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추가 감자 등 대주주로서 손실부담을 전혀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점을 법원에 호소한다면 채권변제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중 회사채 발행도 분식회계 재무제표가 활용된 점을 지적, 과징금을 부과한 점도 국민연금의 법적 대응에 유리하게 적용된다"며 "이미 분식회계 재무제표로 회사채를 사기발행했다는 점이 검찰에 고발되고 처벌을 받은 만큼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들이 변제받을 수 있는 근거로 작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이 대우조선해양[042660]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면 감당해야 할 평가손실이 2천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천정배 의원(국민의당)이 국민연금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직접운용 2천500억원(이하 액면금액 기준), 위탁운용 1천387억원 등 모두 3천887억원어치의 대우조선 회사채를 들고 있다.

국민연금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제시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면 이 가운데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야 한다.이 경우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은 출자전환하는 50% 전액에 나머지 금액의 19%에 해당하는 액수를 더해 대략 산출할 수 있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설명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국민연금의 채무 재조정안 수용 시 평가손실은 약 2천682억원으로 산출된다.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국민연금이 입은 손해로 제시한 1천388억원의 두 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한다면 특정 대기업 살리기에 또다시 국민의 노후자금을 동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야권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야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STX조선 자율협약 때처럼 주채권은행이 자율협약에서 제외된 투자자들의 보유 채권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아무 대책 없이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면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채무 재조정안이 부결되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을 가동하겠다며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 P플랜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법원과 협의해 대우조선 금융채무의 최소 90%에 대한 출자전환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법원이 채무 탕감을 요구할 수도 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3천887억원 전액을 날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경제적 관점에서만 고려할 때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금융당국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일수록 정치적 논리를 배제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이 문제 된 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고려에 따라 의사결정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경우에도 정치 논리에 휘둘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산은이나 수은이 국민연금 등의 회사채를 인수하더라도 이는 결국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하려 해도 실사 보고서가 없어 평가손실을 산정할 수치를 확인 못 해 정확한 계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찬·반 결정만 재촉하지 말고 자료부터 제대로 협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산은 등이 관련 자료도 국민연금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오는 17∼18일 사채권자 집회일 전에 최종입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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