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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344조 가계부채 해법(上)..어제 오늘 일 아닌데 당국은 뭘 했나
<기획>1344조 가계부채 해법(上)..어제 오늘 일 아닌데 당국은 뭘 했나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7.03.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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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가계부채 총량제 도입 공약..정부, '퇴로'없이 ‘막고품는’식 대책만 남발
 

지난 해 말 기준 1,344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대선정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제1금융권 대출 통로가 강화되자 돈이 급한 서민들은 제2금융권 대출창구를 찾고, 여기에서도 방법을 찾지 못한 서민들은 대부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는 당면한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의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특집을 연재한다.

[금융소비자뉴스 김영준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6일 가계부채 총량 관리제 도입, 대부업 이자율 상한 20% 제한 등을 뼈대로 한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가계부채의 원인인데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고 재촉했기 때문”이라며 “우리 경제를 잘 흐르게 하려면 가계부채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법으로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제를 도입하고, 대부업 이자율 상한선을 20%로 단일화하며,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여신 관리 지표로 활용하는 등 7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990년 일본의 '담보대출 총량제',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

부동산 버블이 극에 이르렀던 지난 1990년 일본 정부는 ‘부동산 담보대출 총량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법으로 가계부채의 총량을 정해 그 이상 넘어가지 않도록 막자는 것이다. 그 결과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다. 부동산 매매가 급격하게 줄고 대출도 늘지 않았다. 다만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이어져 소위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가 이 카드를 꺼내든 것은 뭔가 고강도 처방을 써야할 만큼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정책도 사실상 총량관리제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지나친 인위적 규제라는 비판도 있다.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양으로 규제하면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즉각적인 반대도 나왔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공약에 데해 "방향을 잃은 돛단배"라고 일갈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내놓은 가계부채 공약은 허탈했다. 1344조원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 미국이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발표했다. 국내 금리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1344조원의 가계부채 폭탄"이라며 "금리인상은 서민의 이자부담을 가중시킬 것이고 서민은 가계부에서 식대마저 줄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리인상이 곧 소비위축, 투자부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 원내대표는 "서민경제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는 위기인 만큼 원리금 부담완화, 채무조정 등 구체적인 연착륙 방향을 세워야 한다"면서 가계부채 관리에 방점을 찍은 문 전 대표의 공약을 에둘러 비판했다.

2014년 7월 최경환 부총리 부동산 규제 풀어.."빚내서 집사라"

지난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 두 번째 경제부총리로 지명된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임하자마자 부동산 규제부터 풀었다. “한여름에 겨울옷을 입은 격”이라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각각 70%, 60%로 완화했다.

앞서 금융기관들은 LTV를 수도권 50~70%, 기타지역 60~70%로 DTI는 서울 50%, 수도권 60%로 적용했는데 최 부총리 부임 직후 지역과 금융기관 업종에 관계없이 모두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는 이른바 ‘초이노믹스’라 불린 최 전 부총리의 경기부양 핵심 대책이었다. 한국은행도 이에 부응해 2.5%였던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했다.

정책 효과는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즉시 나타났다. 주택 재건축, 분양 물량이 늘었고 기존 아파트 가격도 뛰었다. 전세는 매매가격까지 치솟았고, 전세금에 월세를 같이 내는 이른바 ‘반전세’도 급증했다. 전세 재계약시 수천만원~1억원 가량 더 내야하는 상황에 몰린 서민들은 금리가 낮을 때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사는 선택을 했다. 세간에서는 당시 정부 정책을 ‘빚내서 집사라’로 비유됐다.

2014년 성장률은 3.3%를 기록, 2011년(3.7%) 이후 3년 만에 3%대를 회복하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듯 했다. 그러나 ‘약발(효과)’은 오래가지 못했다. 성장률은 이후 2015년 2.6%, 2016년 2.7%로 2년 연속 2%대로 꼬꾸라졌다. 단기 부양책의 한계였다.

이런 가운데 정책의 부작용인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부동산 부양책 시행 전 1050조원에서 지난 해 말 1344조원으로 늘었다. 2년 반 동안 약 300조원 늘어난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부동산 투기가 극심했던 2006년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넘었다.

정책 부작용으로 가계부채 급증..부동산 값만 올리는 '역효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놨지만 가계빚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다. LTV·DTI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설익은 일부 대책은 되레 부동산 가격만 더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허둥지둥했고,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부채 못지 않게 자산도 함께 증가했고 담보대출 비중이 높아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위험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최 전 부총리는 물론 이후 부임한 유일호 부총리도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어정쩡한 입장 만을 밝혀왔다.

정부가 시중은행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원금을 나눠 갚는 관리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저소득층을 오히려 2금융권으로 밀어내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 2금융권 대출도 조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럴 경우 더 이자부담이 큰 대부업체로 옮기는 '2차 풍선효과'도 우려된다. 나아가 돈이 궁한 서민과  중소 자영업자들은 사채시장에 내몰리는 극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는 역대 정권에서 계속 문제가 됐고,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문제는 정부가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경제팀의 성향에 따라서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중요한 날들을 소일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퇴로가 없이 그저 ‘막고품는’ 식의 대책을 남발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가계부채 억제 대책을 전격 발표하면서 업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융당국, 제2금융권 충당금 기준 강화..금융권은 준비기간 없어 당황 

충당금 기준이 강화되면서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에 대한 영업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오는 4월 영업부터 새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2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준비 기간 없이 급하게 몰아붙이는 데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당초 2018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대출금리 20% 이상 고금리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제도를 앞당겨 실시한다. 추가 충당금 적립비율도 당초 20%에서 50%로 큰 폭 올렸다.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의 고위험대출 범위도 현행 3억원 이상 일시상환대출 중 요주의 이하 대출에서 2억원 이상 중 정상 대출도 포함토록 했다. 고위험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비율도 20%에서 30%로 올렸다.카드사는 2개 이상 카드론을 사용하는 다중채무자에 대한 대출과 캐피탈사의 금리 20% 이상 대출도 고위험대출로 분류돼 충당금을 추가로 30% 쌓아야 한다.

제2금융권에서는 이런 규제가 당장 2분기 재무제표부터 적용된다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2분기 재무제표 작성 시점은 6월말 이후지만, 당장 오는 4월에 고위험대출로 분류되는 대상에 대출했다면 충당금 추가 적립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당국이 통상 규제를 도입할 경우 일정 기간 금융회사들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주지만, 이번 충당금 강화 조치는 사실상 곧바로 적용되는 수준이다. 일선 금융사에서는 당국의 발표 이후 고위험대출에 해당하는 대상 및 금리의 대출에 대한 영업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작업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카드업계 "사전 논의 없었다"..캐피탈 업계 "업체들 전혀 준비 안돼" 울상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판매가 수익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 경영계획도 대출 위주로 세워졌는데, 이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다중채무자가 대출을 신청할 경우 승인 기준 등도 다 새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이 지난주 최고경영자와의 간담회에서 규제 강화 방침을 통보했는데, 사전에는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방침을 이해하면서도 당장 4월부터 영업전략을 다 바꿔야 하는데 너무 촉박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 캐피탈업계의 관계자는 "업체들이 전혀 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적용 기간의 유예라도 요청해보고 싶지만, 당국의 강경한 스탠스를 고려하면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다른 저축은행의 관계자도 "당초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규제가 훨씬 앞당겨 시행된다"며 "대출 규제 강화가 예고된 측면이긴 하지만, 올해 신용대출 확대 목표를 세웠던 회사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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