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의원 "가벼운 처벌"..안타까운 죽음 뒤 직장 내 성희롱·왕따 의혹 무성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정무위)은 지난 7월에 발생한 '한국거래소 여직원 성희롱 자살사건'과 관련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정직 3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다"고 밝힌 가운데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29일 김 의원의 문제제기 이후 여론의 관심은 ‘한국거래소 여직원 자살 사건’의 자세한 내막에 쏠린다. 사건의 전말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 가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유사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게 국민들의 여론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건과 관련된 한국거래소 여직원의 유가족과 주변의 동료, 친구 등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세세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취재 결과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해당 여직원이 직장 내에서 성희롱과 따돌림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드러나고 있다.
고인의 유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한국거래소에 입사해 약 9년 여간 일해 온 고인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리기 오래 전부터 같은 부서 팀장에게 상습적 성희롱을 당했다. 이 같은 사실은 고인의 친구가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고인은 친구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A팀장이 단둘이 출장을 갔을 때, 야밤에 개인 숙소로 그녀를 불렀다”며 “그는 샤워가운만 걸치고 있었고 기분이 언짢아 인상을 쓰며 서류만 건네주고 방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날 아침 팀장은 ‘꿈에 너(고인)가 나와서 나(팀장)랑 같이 자다가 나를 건드렸다’, ‘와이프랑 이혼하고 젊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는 게 꿈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또 “A팀장 외에 다른 남자직원도 있는데 출장에서 같은 방식으로(서류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 숙소로 부르려고 시도했다”며 “윤창중한테 당했던 인턴처럼 현지 경찰을 부를 걸 그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윤창중은 지난 2013년 미국 현지에서 여성 인턴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았던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해들은 친구는 “너무 봐주는 것 아니냐”며 “그만두면 안되겠다”고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건 완전 sexual harassment(성희롱)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고인은 자살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한 달여 전인 6월 8일 ‘우울신경증(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치의였던 김종길 신경정신과 의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상담 초기부터 고인이 같은 부서 직원 3명에게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 많이 언급했다”며 “당시 자살에 대한 위험성이 있다는 소견으로 3개월 동안 항우울제 처방과 함께 병가를 낼 것을 권유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희롱은 피해자가 상대의 언행과 행동을 통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경우 해당된다”며 “고인이 그렇게 느꼈다면 직장 내 고충처리부서를 통해 처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신고해 대응을 해야 했어야 했는데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은 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제4·5차 인사위원회 심의 자료'를 분석한 뒤 "인사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면 '감사위원회에서 성희롱 사실을 확인했고, 징계 대상자가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해결노력을 하지 않아 결국 이러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등 회사의 명예가 크게 실추된 점을 고려'라는 내용이 있다"라며 "이 같은 심사결과에도 가해자는 정직 3개월이라는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거래소 내부 규정인 징계양정기준에 따르면 '정직은 면직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로서 개전의 정이 있고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가해자는 여전히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이나 사과할 의지가 없는 등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없는데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고 주장했다.또 "고인에 대한 집단 따돌림 행위자로 지목된 동료직원 4인은 사측으로부터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추후 엄정한 수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3주간의 병가를 마치고 회사로 출근하기로 예정된 7월 4일, 고인은 결국 출근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6일 후인 같은달 10일 22시40분 경 부산의 자택에서 목을 매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들에게 발견됐다.
이번 여직원 자살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일절 함구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답변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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