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한 가운데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는 지난 해에 이어 또 우간다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금융 부문 경쟁력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구조적으로 취약한 것이다
정보통신(IT)강국인 우리나라가 왜 금융IT에 있어서만큼은 후진국인지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IT 개발 은행권, 핀테크 서비스..증권사들,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치중
28일 금융권과 금융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IT 개발은 아직도 은행권의 핀테크 서비스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은 생체인식 기술을 도입해 손바닥, 홍채 등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키오스크와 ATM기기를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 위비톡 등의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었다.
증권사들은 올해 초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붐을 타고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 유안타증권 등 6개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개인인증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IT 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가 금융IT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금융선진국 영국과 비교된다. 영국은 은행, 증권사, 금융기업이 아닌 IT기업까지 금융IT 개발에 적극적이다.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바클레이즈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영국 정부의 테크시티 조성, 레벨39 등등 금융기술 스타트업들을 육성·지원하는 시스템이 많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스타트업이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기업들 위주로 금융테크가 발달하고 있다면, 영국은 정부주도로 커가는 셈이다.
"정부의 규제가 가장 큰 장벽..금융 규제 효율적으로 수정하거나 완화하는 체계 자체 없어"
"금융IT 발전 위해 이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혁신-경쟁 일어날 지 지켜봐야"
3대 평가항목 중 거시경제·인프라 등이 포함된 '기본요인' 순위는 지난해 18위에서 19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또 노동시장 효율, 금융시장 성숙도 등을 평가하는 '효율성 증진' 분야에서도 25위에서 26위로 밀려났다. '기업혁신 및 성숙도' 분야에서만 전년과 동일한 22위를 나타냈다.
기재부, "국가경쟁력 높이기 위해 노동 등 구조개혁과 산업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
노동 효율성(83→77위)과 금융시장 성숙도(87→80위) 부문 순위도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취약하다.금융시장 성숙도의 경우 77위를 차지한 우간다보다 순위가 낮았다.금융시장 성숙도 분야의 세부항목에서 금융서비스 가격 적정성은 지난해 89위에서 올해 43위로 껑충 뛰었다.대출 용이성도 119위에서 92위로 크게 올랐고, 벤처 자본의 이용 가능성(86위→76위), 은행 건전성(113위→102위), 증권거래 관련 규제(78위→71위) 등도 순위가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그동안의 정책노력으로 노동과 금융 부문 순위가 다소 상승했지만 여전히 만성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며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노동 등 구조개혁과 산업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성과 확산을 위해 조속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