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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삼성본관 빌딩 이전에 반대한다
한국은행의 삼성본관 빌딩 이전에 반대한다
  • 정종석 발행인
  • 승인 2016.05.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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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특검때 검찰 압수수색했던 곳..중앙은행 자긍심 지켜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발행인]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위대한 발명품은 불, 바퀴, 중앙은행 등 세 가지다." 1920년대 미국의 유명 희극배우인 윌 로저스가 한 말이다. 이 말은 197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이 '경제학 원론'에서 인용해서 유명해 졌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설립 후 처음으로 내년 6월께 서울 남대문로 소재 본관을 떠나 태평로 삼성 본관으로 입주한다고 한다. 한은은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과 별관의 개보수 공사가 진행되는 3년간 삼성 본관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은 지하금고에 있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을 강남본부로 이송하는 특별 수송작전도 벌어질 전망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전장소가 굳이 삼성본관 빌딩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은 측은 "본관과 별관의 공사 기간 이전할 대상으로 태평로 삼성 본관과 을지로 삼성화재 건물을 놓고 검토한 결과 삼성 본관을 우선 협상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은이 입주할 삼성 본관은 보안과 근무 여건 측면에서 삼성화재 건물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입주 대상 선정과정에서 임직원들이 직접 대상 건물을 방문해 둘러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은, "삼성 본관이 보안과 근무여건서 최적의 장소"..하나는 알고 둘은 몰라

 
결국 한은은 보안과 근무여건 면에서 최적의 장소를 골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중앙은행은 고유의 권위와 정통성,독립성을 지닌다. 더욱이 장소(location)가 갖는 국민적 이미지와 상징성은 매우 큰 편이다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라는 말은 즐겨 썼다. 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이 말은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남에게 의심 받을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은이 보안과 근무여건을 고려한 끝에 삼성빌딩을 쓰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일이 아닌가 싶다. 삼성이 우리나라 최고 재벌이고 삼성빌딩은 최고의 입지와 보안시설을 자랑한다는 것은 누구다 다 아는 일이다. 한은의 설명마따나 서울 중구의 노른자위 땅에서 삼성빌딩만한 장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한 발자국만 멀리서 이 문제를 신중하게 생각해 보았다면 그렇게 삼성빌딩으로의 이전을 쉽게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중앙은행으로서 재벌과의 유착성 이미지가 어른거리는 탓이다. 더구나 삼성은 국가경제에 대한 공헌 못지 않게 여러가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병존하는 재벌이다.필자는 중앙은행의 독립은 반드시 정부당국으로부터 독립 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재벌과의 불가원 불가근은 물론 금력(자본)으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한 중앙은행의 독립성 개념에 속한다는 판단이다.
 

문제있는 재벌빌딩 세들어 "중앙은행으로서 한은 이미지, 나아가 독립성 관한 문제"

 
혹자는 한은이 본관 개보수를 위해서 3년이라는 단기간 동안 잠시 이사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대단한 논란이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한은의 대 국민 이미지, 나아가 장소적 개념의 독립성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재벌그룹인 삼성본관 빌딩으로 옯겨서 혹시라도 한은과 국내 최고 재벌 간의 '신종 유착' 또는 중앙은행의 이미지 훼손이 일어나는 등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받을 필요가 굳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세계 중앙은행의 효시인 스웨덴중앙은행이 1668년 세워졌고, 그 영향으로 잉글랜드은행이 1694년 설립됐다. '중앙은행'이란 단어는 한참 후에나 생긴 것이다. 이들 은행들보다는 역사가 일천하지만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은이 비록 3년이지만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한다는 것은 분명 뉴스거리다지난 1912년 일제가 건설한 구관(현 화폐박물관)에서 출발한 한은은 6-25 한국전쟁 당시를 제외하면 남대문로 한은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국내 최고 재벌인 삼성빌딩으로 이전키로 한 것은 상당히 중요한 파장을 낳는다.
 
삼성은 해방 후 한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반면 '한국은 삼성왕국'이라는 말로 비판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삼성은 벌써 2년을 넘긴 이건희 회장의 장기 와병을 전후로 각종 편법과 변칙적 방법을 동원한 상속 움직임, 또 사회 각계각층에 거미줄처럼 다양한 '이상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과 주장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0710월 삼성의 전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관련 폭로로 검찰 및 시민단체에 전방위적 로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뒤 이어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삼성특검이 실시됐다.
 

김용철 변호사 "삼성본관 27'비밀금고' 있다" 폭로..삼성특검 이건희 회장 유죄

 
그 당시 삼성본관 빌딩은 지난 20081'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수사팀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곳이다. 당시 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삼성그룹의 '심장부'를 모두 뒤진 것이다. 삼성 태평로빌딩 26층은 김용철 변호사가 에버랜드 사건 등 검찰의 각종 수사에 대한 대책회의를 위해 사용했던 사무실이 있는 곳이자 이학수 부회장이 '안가'처럼 사용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본관 27층에 있었다는 '비밀금고'도 당시 세간에서 큰 화제의 대상이었다. 삼성의 비리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본관 27층에 위치한 김인주 사장 사무실 앞 접견실 옆에 있는 재무팀 관재파트 담당 임원 사무실 내부에 벽으로 가려진 비밀 금고가 있으며, 이곳에는 현금 뭉치와 각종 상품권이 쌓여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검 결과 이건희 회장은 20098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 발행한 혐의 등으로(배임·조세포탈) 징역 3,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같은 해 1231일자로 이명박 대통령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내세우며 이 회장, 단 한 사람을 위한 특별사면·복권을 단행했다. 이 회장은 최종심의 확정판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원포인트 사면복권이란 특혜를 받은 것이다.
 

외국 호사가들  "중앙은행이 '범죄소굴' 왜 들어가느냐" 물을 지도

 
이러한 오욕의 역사를 지닌 서울 태평로 삼성빌딩에 중앙은행인 한은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3년 동안 입주해서 국가경제 및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통화가치의 안정을 주창해도 되는 지 과연 의문이다한은이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정치적 외압은 물론 재벌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함을 말한다. 한은은 한국에서 어느 직장, 직업보다도 선망의 대상이다. 과거엔 행정고시와 한은 입행시험을 동시에 합격한 사람이 화려한 관료생활을 포기하고 한은을 선택,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한 사례도 보아왔다.
 
한국은행법 2조에 명시된 법인격은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상법상 법인은 반드시 자본금이 있어야 하지만 한은은 예외적이다. 정부 돈이 바탕이 되면 권력에 휘둘리게 돼 발권력이 남발되는 등 독립성이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인격은 한은법 1조 ‘설립 목적’, 3조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함께 오늘날 한은을 지탱하는 정신이다. 한은은 대외적으로도 우리나라 중앙은행로서의 정통성과 독립성, 그리고 권위와 명예의 상징이다.
 
그런데 한은이 3년 동안이나 해외에서도 극명하게 평가가 엇갈리는 삼성에 그것도 특검 끝에 그룹총수가 유죄판결을 받은 그 곳에 '당당하게' 세들어 사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볼 일이다. 외국의 호사가들이 혹시라도 "중앙은행이 '범죄의 소굴'에 왜 들어가느냐"고 물어올 지도 모를 일이다. 이주열 총재와 한은 사람들은 이번에 이전을 결정하면서 해방 후 70년 이상 기라성같은 역대 선배들이 지켜온 'BOK(Bank Of Korea, 한국은행의 영문 약자) 프라이드'와 명예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 지 정중하게 묻고 싶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hanmail.net ) 
 
언론인/자유기고가(언론학박사)
한국언론인연합회 부회장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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