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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와 자기관리
재벌총수와 자기관리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6.02.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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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믿음의 기초..연출용이었다면 ‘종교 모독’

 
전통적으로 연방의회 의사당 앞 계단에서 거행되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은 대법원장 주재 아래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한다이 때 오른손을 들고 왼손을 성경 위에 올리는 것은 초대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한다. 선서 때 사용하는 성경은 대통령 당선인이 선택한다. 대체로 워싱턴 대통령이 처음 사용한  1767년판 성경책을 사용한다.

지난 해 8.15 광복절 특사로 교도소에서 풀려나온 최태원 SK 회장을 놓고 기독교계에서는 이런 얘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최 회장이 1,000일 가까운 감옥살이에서 나오기 1주일 전 쯤 한 목회자가 면회를 갔다. 당시 밖에서는 최 회장 석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때였다. 이 목회자도 광복절 특별사면 얘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최 회장이 이렇게 말하더란다. “내가 여기 있는 것도 하나님 뜻이고, 나가는 것도 하나님 뜻입니다. 같이 기도나 하시지요.”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하는 날. 최 회장의 왼 손에는 '성경전서'가 들려 있었다. 정장의 말끔한 차림으로 왼쪽 옷깃에 SK로고가 있는 배지를 차고 왼손에는 성경책을 들고 나왔다. 학수고대하던 사면을 받은 재벌총수의 왼손에 들린 성경책-. 크리스찬에게 성경은 그 믿음의 기초이며 근간이다. 기독교적 가치관의 근거도 모두 성경 속에 담겨 있다. 따라서 그 상징성은 누구든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다시는 죄를 짓지 않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성경대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날 최 회장이 수감생활을 면제받고 나오면서 굳이 성경을 들고 나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는 국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주려고 한 게 틀림없다. 왼손에 들린 성경책은 그가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음직 하다. 자신이 변했다고 알리고 싶었다면 성경만큼 좋은 소재 없었을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의 모습에 우리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다. 대부분 언론이 '최 회장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최 회장이 성경책을 들고 나오며 하고자 했던 말을 언론이 '앵무새'처럼 대변해준 셈이다.
 
최 회장은 지난 해 말 자신의 불륜과 혼외자식이 있다는 공개선언했다. 그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진 모습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성경을 들고 출소할 때의 신선하고 강렬한 충격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나는 변했습니다. 수감 전의 최태원이 아닙니다. 수감 생활을 하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죄를 짓지 않고 살겠습니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최 회장이 도덕성과 신뢰성에 엄청난 문제가 되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으면서 국민들은 충격과 함께 차갑게 돌아섰고, 여론은 반전되고 말았다.
 
최 회장은 수감 중 틈만 나면 성경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며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가 들고 나온 성경책도 좀 낡아 있었다재소기간 중 실제로 여러 번 통독한 게 맞을 지도 모른다. 그는 실제로 10여년 전부터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최 회장이 2003, 7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후 보석으로 풀려난 적이 있었다. 그때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과 함께 강남에 있는 한 개척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또 고 하용조 목사 생전에 온누리교회에서 성경강해를 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최 회장의 출소 때 성경책을 들고 나온 것은 잘해보겠다는 순수한 의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축첩생활과 혼외자녀 출생, 막장드라마같은 커밍아웃으로 그의 성경책은 쉽게 빛이 바래 버렸다. 최 회장의 불륜사실이 드러나면서 아직도 SNS 등에서는 쓴소리가 잇따른다. “경제활성화로 풀려나더니 돌려준 것이 이것이냐”, “출소할 때 성경책은 왜 들고 나온 거냐”,“감옥에서 반성한게 아무것도 없고 고작 회사공금으로 내연내 아파트를 사준거냐”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조강지처 내친 배은망덕이라는 비판까지도 나온다.
 
이번 일을 보면서 특별사면을 받고 출감할 때 최 회장의 손에 들린 성경책이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지 않았길 바라지만 만약 연출용으로 성경을 들고 나왔다면 이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정도가 아니라 신성한 종교를 모독하는 일일 것이다. 억울하더라도 최 회장은 이번 기회에 성경을 다시 읽어야 한다. 성경 십계명에는 간음하지 말라고 쓰여 있다. 최 회장은 사람들 앞에서 더 이상 성경을 들고다니면 안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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