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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금융’ 표방 신한은행, 오히려 기업 죽여"
" ‘따뜻한 금융’ 표방 신한은행, 오히려 기업 죽여"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5.08.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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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中企 대표의 절규.."은행들 때문에 도리어 기업 망가져"
 

'따뜻한 금융’을 표방하는 신한은행이 오히려 기업을 죽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부실 기업을 살려 보겠다고 만든 게 구조조정 제도인데 은행 때문에 도리어 기업이 망가지고, 결과적으로 은행이 기업을 죽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13일 금융계와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소기업 T사 박기영(가명) 대표는 포스코나 동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의 강판 자재를 중국이나 해외로 수출하는 유통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1993년 박 대표가 직원 한 명 데리고 시작한 이 회사는 한때 연매출 3000억원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시련이 찾아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다. 원자재 가격과 원화 환율이 속절없이 내려가면서 매출의 95%를 수출에 의존하는 T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매출이 12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회사는 적자(13억원)로 돌아섰다. 이 여파로 T사는 최근 은행의 상시재무평가에서 ‘C등급’(워크아웃,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받았다.

T사의 금융기관 채권액은 430억원으로 모두 신용장(LC) 거래다. 수출 기업들은 거래 은행의 지급보증을 통해 수입 업체에 납품한 대금을 지급받는다. 박 대표는 12일 “회사가 어렵긴 해도 지금껏 은행 이자 한번 연체한 적 없어 워크아웃 대상이란 현실을 어렵게 받아들였다”면서 “채권은행들이 원하는 대로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재도약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15개 채권단은 지난 달 31일 첫 회의를 열고 지난 7일까지 워크아웃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를 진행했다. 결과는 74.65% 찬성. 워크아웃 개시 기준(75%)에 불과 0.35% 포인트가 부족해 부결된 것이다. 부산은행(채권단 지분율 12%)과 신한은행(9%)이 반대표를 던졌다.

그런데 신한은행은 반대표를 던진 것도 모자라 지난달 31일 T사의 LC 한도를 모두 없애 버렸다. 박 대표는 “최근 수개월 동안 신한은행 LC를 통해 단 1원도 거래한 적이 없는데 워크아웃 얘기가 나오자마자 한도를 회수해 버렸다”며 망연자실했다. 신한은행에 거세게 항의했지만 “내부 규정을 따랐을 뿐”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선 채권단 회의가 개시되고 난 뒤 최종 결의가 있을 때까지 채권은행들이 기업의 대출을 회수하거나 한도를 줄이지 못하게 하고 있다. 명백한 법 위반인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은행들이 보유한 LC 한도 범위에서 지원금을 분담해야 하는데 한도를 없앴다는 것은 해당 기업에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서 “일반적인 행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워크아웃 개시가 지연되면서 해외 바이어들이 불안감을 보이고 있고, 수십년 된 거래처마저 중국 경쟁업체 쪽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며 “말로는 ‘중소기업의 든든한 동반자’라 해 놓고, 정작 비가 오면 제일 먼저 우산을 뺏는 게 대한민국 은행들”이라고 성토했다.이에 신한은행은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워크아웃에 동의할 계획”이라고 태도를 번복했다.

한편 대주주가 재일교포인 신한은행은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롯데그룹처럼 ‘일본식 경영문화’ 흔적이 많다. 다른 은행보다 철저한 건전성 관리는 신한의 강점이지만 ‘비올 때 가차없이 우산을 뺏는다’는 수식어와 원성이 늘 따라다닌다. 신한은행과 거래했던 중소기업 가운데 “다시는 거래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며 반감을 표시하고 원망을 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따뜻한 금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국민적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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