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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흥행'과 현실 사이
안심전환대출-'흥행'과 현실 사이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5.03.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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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제와 안정제를 섞어 처방한 격"..가계부채 원칙과 기준 세워야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현 동국대 초빙교수)은 독설가로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6"국내 경제 최대 위험요인은 강만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강만수가 누구인가. 이명박 정부의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당시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위세를 날리며 떵떵거렸던 사람이다. 이 교수는 당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초대형은행, 국민에게 득인가 실인가?'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뱅크 방안을 강력히 성토했다.
 
그는"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며 "'규모=경쟁력'이라는 70년대 토건경제 사고방식으로 인해 '바다로 나가기에는 너무 어리고 유치한 어항 속 고래'를 만들 위험이 높다"고 비판했다.이어 메가뱅크론의 핵심 지휘자인 강만수 산은금융회장을 간접적으로 지칭하며 "현 정부 정책의 특징은 '위인설관(爲人設官), 위인설업(爲人設業), 위인설법(爲人設法)', 즉 특정인을 위해 자리를 만들고, 일을 만들고, 법을 바꾼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그 특정인(강 회장)이 국내 경제 및 금융산업의 최대 위험요인이라는 점"이라고 이례적으로 공격했다.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이 이번에는 금융권의 핵심 현안인 안심전환대출을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한다면서 한편으로 빚내서 집을 사라고 하는 건 흥분제와 안정제를 섞어서 처방한 격이라고 비판했다.그는 또 수혜대상이 중·상위층에 집중돼 우선 순위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을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하는데도 정부정책이 기본조차 안 돼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면서 흥행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한편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상품이 은행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가 원리금 상환 여력이 있는 중산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상품인 탓이다. 이번 정책이 나오기 전에 정부의 말만 믿고 이미 고정금리로 갈아탄 이들의 불만도 엄청나다.
 
금융당국은 당초 안심전환대출의 흥행에 대해서 반신반의했다.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춰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고객들이 당장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하는 단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총 20조원의 물량이 이르면 27일 소진됐다. 이에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특히 단위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 고객들은 이번 정책 대상에서 제외돼 분통을 터트린다. 실제 제2금융권 영업점은 3일째 항의전화와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당장 제2금융권으로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일단 이 상품은 애초에 설계를 원금과 이자를 분할상환할 수 있는 고정적 수입이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의 경우 이번 상품을 이용할 만한 수요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2금융권으로 대상 확대하는)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2금융권 기관들 입장에서도 안심전환대출 확대 요구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일단 상호금융기관의 대출 가운데 비교적 우량한 주택담보대출고객들이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경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탓이다안심전환대출 판매를 위해서는 전산망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상호금융기관이나 저축은행은 이에 대한 여력이 부족한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정책에서 은행들의 손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은행들의 출연료 구조 개선을 통해 2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점을 든다. 특히 은행 역시 금융기관으로서 가계부채 문제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이미 정부 말만 믿고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한 대출자들은 이번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돼 울상을 짓고 있다지난해 말 기준 고정금리 대출자는 전체의 23.6%이다. 정부입장에서 이들은 그동안의 정책 기조에 맞춰줬지만 정작 혜택을 주지는 못하게 된 셈이다.흥행 성적만 봤을 때 이번 대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적지 않은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안심전환대출의 인기로 오히려 가계부채 리스크의 근본적인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정부가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카드까지 꺼내든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내놓기는 더욱 힘들다는 점도 딜레마다.
 
정부는 독설가이지만 이동걸 교수같은 비판론을 곰곰이 되새겨보아야 한다. 경제는 단순히 흥행이 전부가 아닌 탓이다. 차제에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 가운데 하나인 가계부채 문제에 관해서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이 점을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십분 알아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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