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보호기구 신설 대신 보호처장 부원장으로 직급상향 추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연내 설립이 물건너간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이를 성실히 추진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조직개편을 통해 현재의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 개편, 직급 상향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행태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이 무산되자 편법과 변칙으로 금감원이 고위직 양산을 노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전형적인 ’자리 늘리기’라는 비판과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산하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의 직위를 부원장보에서 부원장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명분은 진웅섭 원장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보호’에 공을 들이고 있는 데다 현 정부에서 금융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만큼 이를 위한 금감원 내부의 관련 조직을 확대개편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보호처장의 직위가 부원장으로 오르면 금감원 설립 후 처음으로 부원장 자리가 현행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난다. 애초 금감원 부원장직은 4명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수석부원장이 기획·경영 등을 총괄하면서 보험 분야를 맡고 있고 은행·비은행 부원장, 자본시장 부원장이 각각 해당 권역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기구는 당초 지난 7월 설립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말았다.
여야 간에 입장차이가 큰 것도 문제지만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서 진정으로 금융소비자보호를 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금융위가 이같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신설되더라도 자신들이 옮겨 갈 수 없게 됐는데 굳이 무리해서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에 빠진 탓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부원장보에서 부원장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진 금감원장이 이 부분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최근 진 원장의 행보에서 드러났듯이 금융소비자보호를 강조하고 있고 취임사에서도 소비자신뢰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며 “이런 행보를 고려하면 금융소비자보호처에 대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진 원장의 행보에 비춰보면 조직확대와 업무총괄을 위해 현행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부원장보 체제를 부원장 체제로 격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총 4명의 부원장직 가운데 한 자리를 금융소비자보호처장 몫으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은 보험, 은행, 증권 등 업권별 검사·감독국 중심으로 조직이 짜여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과 관련해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자, 금감원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고위직을 늘리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보호처장을 금융위의 제청으로 청와대 인사검증을 받아야 하는 부원장직으로 격상하면 그 자리에 기재부나 금융위 출신 인사를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도 “만약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금감원 내부에서 소비자보호 기능 강화를 실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실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단체들은 이같은 금융당국의 변칙적인 편법시도에 반발하고 있다. 수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던 동양그룹 사태에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츌 사고 등 대형 금융사고 연이어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에 이어 금융당국마저 자기들의 이해타산이나 하면서 ‘자리늘리기’에 열중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금융소비자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여론을 중시, 관련법안을 하루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아울러 그동안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을 접고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에 열을 올리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고위직 자리늘리기와 같은 ‘꼼수’를 부리지 말고 대통령 공약대로 '정면돌파; 방식에 의거, 별도의 금융소비자보호기구 설립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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