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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와 이광구-'적과 동지'
이순우와 이광구-'적과 동지'
  • 강민우 기자
  • 승인 2014.12.09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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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관치금융 속 낙하산 '융단폭격'인가?

 
세상을 살다보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반대인 경우도 허다하다. 이광구 차기 우리은행장 내정자와 이순우 현 은행장의 특별한 인연이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걸어온 길이 비슷하다. 우선 모두가 옛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 행장이 1977, 이 내정자가 1979년에 각각 입행했다. 나이는 이 행장이 7살 많다. 경영지원본부와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을 역임한 이력 또한 똑같다. 사이도 가깝다. 특히 이 행장이 개인고객본부장으로 있을 때 이 내정자가 개인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면서 직속 상사와 부하로 호흡을 맞췄다. 이 내정자가 이 행장의 왼팔로 꼽힐 정도였다.
 
이 행장이 우리은행장에 이어 우리금융 회장에 오르는 과정에서도 이 내정자의 공로가 상당했다. 이 내정자가 상업은행은 물론 일부 한일은행 출신들을 모아 이순우 호()’ 출범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덕분에 이 행장이 우리은행장에 오른 뒤 이 내정자는 경영기획 담당 부행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다. 이후엔 개인고객 담당 부행장을 맡아 승승장구해 왔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이제 우리은행장 자리를 놓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행장이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우리은행 민영화가 삐걱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리은행이 팔리지 않으면 우리은행장도 임시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 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 와중에 이 내정자가 급부상했다.
 
그동안 우리은행 내에서 이 행장 후임으로 주로 거론된 인물은 옛 한일은행 출신인 정화영 중국법인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등이다.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이 번갈아 은행장을 맡아온 우리은행의 관례 때문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이 내정자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이런 구도가 모두 깨져버렸다. 이 내정자가 친위 쿠데타에 성공한 뒤 8일 예상을 깨고 미리 전격인사를 단행한 것도 모두 이같은 행내의 동요를 의식한 선제조치적 성격인 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잇단 금융기관장 내정 논란에 대해 내정설은 실체가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장,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을 보면 어디선가 일찌감치 내정설을 흘리고, 이후 여론이 악화되더라도 시나리오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논란이 있어도 귀담아 듣기보다는 뭉개고,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현 정부의 인사스타일이 금융권에도 그대로 투영되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 후 관료 출신들이 움츠린 사이 주요 금융기관장 자리가 민간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무늬만민간일 뿐 인맥, 학맥 등 각종 연줄을 바탕으로 한 정치권 낙하산이 주류다. 인선과 관련한 전후 맥락도, 인선 배경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언론을 통해 내정설을 흘려 여론을 조성하고, 비판 여론이 많아도 임명을 강행하는 행태를 반복한다.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다. 특정 인사를 내리꽂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구경꾼, 심부름꾼으로 전락했다. 금융당국 안에선 우리는 아무런 아는 게 없다. 에다 물어보라”는 볼멘소리 뿐이다. 금융권 인사를 사실상 청와대가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금융당국도 수수방관할 뿐, 어떨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온 언론이 비판을 하고 시끄러우면 한 번쯤 귀담아 듣고 재고해보는 게 정치의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나는 모른다"는 식의 '오불관언(吾不關言)'이다. 자기 원칙이 있더라도 계속 잡음이 나면 내 스타일이 틀릴 수도 있다고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옳은 태도인 법이다.. 그런데도 마냥 밀어붙이기만 한다는 건 아무래도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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