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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사조직' 세력화
금융권 '사조직' 세력화
  • 이민혜 기자
  • 승인 2014.12.08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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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금회·고대경제인회·연금회…정치권 '줄대기' 우려

 
이명박 정권에서는 이른바  '금융계 4대 천왕'이  존재했다. 지난 해 정권이 끝나자마자 대통령 측근으로서 금융지주회사 수장을 맡았던 이 '4대 천왕'이 모두 차례로 사퇴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한 데 이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며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국내 금융계를 좌지우지했던 '4대 천왕'시대도 막을 내렸다.

'4대 천왕'가운데 일부는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기도 했지만,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강도 높은 압박을 넣으면서 모두 손을 들었다. 신 위원장은 박근혜정부의 국정 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임기가 남았더라도 필요하면 금융기관 수장을 교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탓이다. 그러나 이번 정권에선 금융권에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의 '관피아'가 사라지면서 생긴 빈자리를 학연·지연·정치권 인맥의 '정피아'들이 차지하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신(新) 관치 금융' 논란이다. 

이명박 정부 때 금융권 수장 자리가 출신 대학에 따른 '학연 사조직'과 정치권에 의해 좌우되는 현상이 현 정권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권에 따라 고려대(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와 서강대(박근혜 대통령의 모교) 출신이 금융사나 금융기관 최고경영자급의 요직을 차지하는 식이다.

최근 대우증권 사장에 '서강금융인회'(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사장이 낙점됐으며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도 차기 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지난 3월에는 서강대 출신으로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알려진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했다. 이 행장은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서금회 등에서 활동하는 서강대 금융인맥의 핵심 인사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은 서강대 출신에다가 박 대통령을 대선 후보 시절에 정치적으로 지지했던 대표적인 정피아 인사로 분류된다. 앞서 MB 정부가 들어서자 금융권에는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고대 출신의 세가 맹위를 떨쳤다.

이들 중 서 행장을 제외한 3명과 이 전 대통령의 핵심인맥인 강만수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4대 천왕'이라고 불리울 정도였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의 지지모임으로 알려진 '고대경제인회' 소속이다. 어 전 회장, 이 전 회장, 서 행장은 각각 고대경제인회 고문과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대 출신 금융인들이 세를 넓히자 연세대 출신 금융인들도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을 초대 회장으로 한 '연세금융인회'(연금회)를 출범시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 등이 연세대 출신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인들 스스로 학연·지연·정치권 인맥 등을 동원해 자신의 인사에 영향을 끼쳐보려는 의도가 작용한 결과다. 시중은행의 부행장급 인사에서도 이미 정치권 줄대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정부에서도 금융권 수장이 바뀔 때마다 온갖 잡음이 난무한다.인적 쇄신이 이뤄져도 이전 회장들의 제왕적 지배구조 전통을 탈피하지 못하면 새로운 금융질서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이명박 정권 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금융권 수장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저급한 관치가 판을 치고 있다. 정권 실세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출신과 인맥들이 오로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사익 추구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태로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인 관피아가 사라지자, 정치 실세가 비금융 전문가를 금융권의 요직에 앉히는 새로운 관치 금융의 형태는 이전보다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 때는 전 금융권이 대선 캠프에 줄대기를 하려는 볼썽사나운 행태가 벌어질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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