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서금회 출신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인사 논란이 확산하자 당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달여 전만 해도 이 행장이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했다. 그러나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 출신 인사가 이미 행장에 내정됐다는 얘기가 금융권에서 돌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서금회 출신 이 부행장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최종 선정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 행장은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라인이 이 부행장을 뒤에서 밀면서 현 행장 유임을 원하던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꿨다는 소문도 들린다.
최근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정피아 낙하산 논란도 유사한 수순을 밟고 있다. 서금회이거나 관의 지원을 받는 특정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돈 이후 형식적인 CEO 추천위원회가 열린 후 예상됐던 인사가 추인받는 형식이다. 들러리가 된 인사들의 중도 사퇴가 잇따르고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지만 결국 논란의 중심에 선 인사들이 최종 선정되는 결과로 귀결됐다.
4개월간 공석이던 대우증권 사장에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리서치센터장이 낙점되는 과정이나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이 KB금융지주 회장에서 고배를 마시고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되는 과정도 판에 박은 듯 닮았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지난 24일 차기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재논의하기로 하는 등 진통이 있는 듯 했으나 결론은 하영구 은행장을 선택했다.
이런 논란의 중심에 선 서금회는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2007년 만든 모임이다. 75학번 10여명을 주축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18대 대선을 앞두고서 참석자가 급증해 현재는 300여명이 넘는 모임으로 커졌다. 정치권에 연을 댄 인사들의 금융사 요직 독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내년초 진행될 금융투자협회장, 신한은행장, 예금보험보험공사 사장 등 자리에 어떤 인사가 선임될지도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금투협회장의 경우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이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금융노조는 2일 낸 성명에서 "금융권 인사가 인맥과 연줄로 엉망이 되고 있다"며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비정상의 정상화와 낙하산 인사 근절을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