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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금융스캔들 '신한 사태'-"재수사해서 사건실체 밝혀야"
최악의 금융스캔들 '신한 사태'-"재수사해서 사건실체 밝혀야"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1.1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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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서진원 행장 고발.."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검찰·금감원 등 비호 의혹"

 
지난 2010년 터진 신한금융 사태가 뒤늦게 '최악의 금융 스캔들'로 드러나고 있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에 검찰·금감원 등이 비호한 의혹이 속속 밝혀지는 등 이른바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있다.

15일 금융계와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 행장 등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을 퇴출시키기 위해 계좌조회반과 계좌추적팀을 만들어 불법적으로 계좌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 전 행장의 후임인 서진원 행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계좌조회가 계속돼 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서 행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추가로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14일 참여연대는 신한은행이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불법적으로 고객과 은행 임직원, 임직원 가족의 계좌를 조회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회의록 등을 공개하고  라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어 지난 달 26일에는 이 전 은행장 소유의 USB 메모리에 담긴 문건을 대거 공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 문건이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이 권력층에 로비를 벌인 정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 처장은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불법과 비리 사실이 드러났지만 라 전 회장 등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받지 않았다”면서 “라 전 회장과 그 비호세력들에 대해 반드시 정당한 사회적 사법적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처장은 “라 전 회장이 기소나 처벌을 받지 않은 게 권력 최고위층에 대한 조직적인 로비와 금융감독당국의 비호 때문이라는 의혹에 근거가 확보됐다”고 주장했다.

신한금융 사태는 지난 201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 전 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직후 국회에서 라 전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금융감독원 특별 조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흘렀다. 라 전 회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권력 서열 3위였던 이백순 전 사장이 라 전 회장이 공모해서 서열 2위 신 전 사장을 부당 대출과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게 참여연대의 주장이다.

안 처장은 “신 전 사장에 대한 고발은 희생양을 찾기 위한 꼼수였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감원 조사계획이 발표된 뒤 다급하게 고소를 추진하는 바람에 뚜렷한 증거도 확보하지 못한 채 고소장을 제출했고 1심과 2심 재판 결과 고소 내용이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신 전 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대부분 무죄로 인정돼 벌금 2000만원으로 줄었다.

문제의 USB 메모리는 신 전 사장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 자료 가운데 일부이다. 신 전 사장 변호인이 제출 받아 뒤늦게 공개됐다. 검찰은 신한은행이 조직적으로 신 전 사장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신 전 사장에 대한 기소를 중지하지 않았고, 라 전 회장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하지도 않았다. 금감원이 라 전 회장을 비호한 정황이 짙지만 역시 검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안 처장은 신한금융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 경영감사부 주도로 신 전 사장과 주변인물, 심지어 동명이인들까지 광범위한 계좌 조회와 추적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안 처장은 “내부 경영진의 권력 다툼 과정에 주요 부서의 임원과 부서장들을 총동원해 불법을 자행한 금융 사상 초유의 추악한 스캔들”이라면서 “신한은행이 라응찬 전 회장의 사유물처럼 운용됐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신 전 사장을 축출한 이후에도 최근까지 계좌 추적이 계속됐다는 데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금감원 감사 결과 신 전 사장의 지인인 홍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의 경우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각각 56차례와 78차례에 걸쳐 금융 거래정보가 조회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신한은행에 계좌 추적의 경위와 내역 등을 알려달라고 민원을 넣었으나 아직까지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경영진의 활동을 감시해야 할 원우종 당시 감사위원과 고두림 당시 준법감시인 등이 불법행위에 동원됐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라 전 회장의 횡령 혐의 등을 알고 있었으면서 금감원에 보고하기 보다는 신 전 사장을 축출하는 비대위에 참여해 불법 행위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비대위에 참여했던 임원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지난달 12일 공개한 신한은행 내부 문건에 따르면 비대위에는 권점주 당시 부행장을 비롯해 임원들과 감사위원들까지 참여했다. 참여연대는 서진원 행장의 주도로 계좌 추적이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 행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계좌추적 사실을 묻는 질문에 “직접 보지 못해서 뭐라고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얼버무리고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위증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역시 이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금감원은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올해 세 차례나 불법 계좌조회와 관련 신한은행을 검사했으나 경영감사부와 검사부 차원에서 계좌추적이 이뤄진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고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뒤늦게 지난해 3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를 다시 조사했는데 아직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해 7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신한금융 사태 수사는 라 전 회장의 비자금 50억원에서 멈춰있다. 검찰은 라 전 회장이 투자 목적으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줬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는 아예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라 전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3억원을 건넨 정황이 드러났지만 전달 경로를 추적하는 데 실패해 미궁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른바 영포라인이 라 전 회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밝혀진 바는 없다. 라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권력 실세로 꼽혔던 영포라인 출신으로 상촌회(상주촌놈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결국 신한금융 사태를 파고 들면 이상득 전 의원과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이 김기식 의원과 박지원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계좌를 추적한 사실이 드러나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신 전 사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종현씨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져서 사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면서 “신한금융 직원들도 쉬쉬하고 있으면서도 진실이 드러나길 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후임 한동우 회장은 라 전 회장이 임명한 사람이고 라 전 회장 시절 불법행위에 동조했던 임원들이 모두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라면서 “진실이 드러나면 이들 모두 합당한 대가를 받게 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안 처장은 “신한금융 사태는 금융기관을 사유화한 부패한 전문 경영인과 전직 대통령의 측근과 검찰, 금감원이 연루된 최악의 금융 스캔들”이라면서 “신한금융이 막대한 광고를 풀고 있기 때문에 언론에도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처장은 “검찰과 금감원은 라 전 회장의 혐의 사실을 충분히 확보했으면서도 전형적인 봐주기 축소수사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한금융 사태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의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진짜 문제는 권력화한 전문 경영인의 비리에 대해 내부와 외부의 감시 체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준법감시인 등의 감독 권한을 강화해서 책임을 물어야 하고 내부 고발자에게 신분 보장과 함께 충분한 보상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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