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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보신주의
금융 보신주의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8.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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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입맛대로 오락가락한다면 해결 안 돼

정부가 금융기관 직원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를 원칙적으로 없애기로 한 것은 제재가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조장해 창조금융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실 대출이 발생하면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금융기관은 그동안 담보대출 등 손쉬운 업무에만 안주했다. 결국 기술이나 사업성을 평가하는 역량을 개발하는 데 소홀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신주의가 금융기관 탓 만일까? 정부가 '보신주의'라는 금융기관의 보수적 문화를 혁신하려는 것은 그동안 담보나 보증대출에만 주력하는 금융기관의 소극적인 대출 관행 때문이다. 안정적인 보증이나 담보대출은 증가하지만, 신용대출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중소기업이 시행한 금융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은행 이용 시 '과도한 담보요구'(44.7%, 복수응답)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증가하지만, 창업·벤처 등 신생기업 등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은 소극적이다.

이런 금융기관의 소극적인 대출에는 부실 대출이 났을 때 뒤따르는 감독당국의 과도한 제재가 큰 이유로 꼽힌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금융기관의 책임있는 금융을 위해서는 정당한 대출 행위에 대한 면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가 밝힌 창조금융 활성화의 주된 방향은 앞으로 고의나 중대 과실 없이 대출에 부실이 날 경우 개인 제재는 금융기관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당국의 제재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면 현장에서부터 적극적인 대출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절차에 따라 취급한 대출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고, 특히, 5년이 지난 과거의 잘못은 제재를 안하는 '제재 시효제도' 도입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으나 금융권에서는 처음 도입되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내에서는 부실 대출이 생기더라도 절차상 하자가 없는 경우 신분상 또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책되는 것 역시 금융권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그동안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해서 실적을 인정받던 직원도 한 번 부실이 나면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 승진에서 누락하는 사례는 적지 않았다. 개인에 대한 제재는 금융기관에 맡기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대출 부실에 대한 금융기관 직원의 제재 축소에 대해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원 제재 축소가 금융기관의 보신주의 타파로 이어져 기술금융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감독당국의 제재를 손보는 것은 보신주의가 아니라 제재를 정상화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제재는 오히려 지금보다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사후 법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보신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제재에 대한 축소가 아닌 정부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징계는 회사에 맡긴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치한 징계 내용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당국의 평가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이 보신주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의 정책 자체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예측 가능'한 정책방향성이다. 정권에 따라서 또는 금융당국자의 입맛대로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면 아무리 창조금융 대책을 발표해도 그때 뿐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금융 보신주의'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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