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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
  • 정종석<발행인>
  • 승인 2014.08.1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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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학교서부터 착실히 가르쳐야

 
‘카르페 디엠’(라틴어: Carpe diem/영어로는 seize the day! 현재를 즐겨라. 오늘을 살아라. 너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의 뜻).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인공으로 출연, 지난 1990년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명대사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선생님 존 키팅 역을 맡아 열연했던 로빈 윌리엄스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사망했다. 베트남전의 참상을 다룬 영화 굿모닝 베트남의 주인공 크로나워(군 방송 DJ)와 입시 위주의 억압적 교육 제도 속에서 빛나던 교사의 전형을 제시했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 소식을 이날 아침 방송에서 듣고 필자는 하루 종일 멍하니 지냈다. 유달리 좋아했던 명배우였던 까닭이다.
 
로빈 윌리엄스는 최근 심한 우울증 증세를 앓아왔으며 알콜중독에 다른 재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고 한다코미디적인 연기로 항상 사람들에게 유머와 해학을 선사했던 그가 이런 이유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서 뭔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그는 기존 사회 질서의 억압된 제도나 인간의 잔혹성 등에 대해 좋은 연기를 했다. 외적으론 유머러스하면서도 내적으론 수많은 고민을 하는, 무엇보다 제도와 잔혹성으로 상처받은 현장이나 사람들을 감싸안는 역할을 통해 대중들에게 각인됐던 사실을 기억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그는 아이비리그 진학 만이 절대 과제로 여겨지는 미국의 명문 사립 보딩 스쿨(기숙사 학교)에서 아이들의 감성과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존 키팅 선생 역할을 맡아 강렬한 교훈과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미국 뿐 아니라 입시 제도가 학생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한국사람들에게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영화는 우리는 과연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기며 살고 있는가?” 라는 반사적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진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학생들, 나아가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더 나은 직장을 갖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삶을 부대끼며 살고 있다.
 
오늘날 학교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명분 아래 학생들은 자신들의 재능과 흥미는 무시당한 채 일류 학교 또는 엘리트 교육 만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서 점점 친구들과 적이 되어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다. 최고 목표 만을 원하는 부모의 과욕으로 인해 점차 꿈을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에서 1950년대 말 미국 명문 웰튼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부임한 키팅 선생은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라고 화끈하게 조언한다.
 
말과 언어는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다. 시가 아름다워서 읽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를 읽고 쓰는 것이다. 인류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어.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야. 휘트먼의 시를 인용하자면 , 나여! 오 생명이여! 수없이 던지는 이 의문. 믿음 없는 자들로 이어지는 도시. 바보들로 넘쳐흐르는 도시.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오 나여, 오 생명이여. 대답은 한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이야.”
 
키팅 선생은 억압적인 학교의 교육방침을 거스르며 첫 수업부터 제자들에게 명문대학 입학을 위한 지식보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가 흐르는 교실을 만들자며 자신이 학창 시절 시를 읽고 인생을 토론했던 죽은 시인의 사회의 창립 멤버임을 밝힌다.
 
학생들은 키팅으로부터 학교 뒷산 동굴에서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시킨다. 그러던 중 키팅 선생의 교육관에 위기가 찾아온다. 학생공연에 참석하게 된 닐은 평생 연극을 하겠다는 각오로 무대에 오르지만, 그의 부모는 닐에게 의사가 될 것을 강요한다. 부모의 강압에 못 이긴 닐은 결국 자살을 택하고, 키팅 선생에게 그를 부추겼다는 책임이 전가된다. 결국 키팅 선생은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가 떠나는 날. 진정으로 키튼 선생스승이라 생각한 에단 호크를 비롯한 학생들은 책상 위에 올라서서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친다. 키튼 선생은 모두 고맙구나, 고맙다라고 화답한다.
 
전통과 규율이라는 큰 틀에 갇혀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공부와 대학에 대한 압박을 받으며 살아가는 이 영화 안의 미국 학생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떠오른다. 시대도 다르고 나라도 다르지만 영화 속 학교의 모습은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에게 주입식 교육으로 무장시키며 전인교육과 대학입시 사이에서 방황하는 수많은 대한민국의 교사와 학생들이 처한 상황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뉴잉글랜드에 자리한 웰튼은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가치로 내건 전통의 명문고등학교다. 이 학교는 아이비리그 진학률 70% 이상을 자랑하며 입시 사관학교로 명성을 떨친다. 학생들 역시 자신의 꿈을 알지 못한 채 성공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아 의료계, 법률계, 금융계로 진출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른바 부모와 닮은 붕어빵 성공을 위해서 학교는 입시수단으로 전락한 꼴이다.
 
시대적 배경이 1950년대 보수적인 남자사립학교이지만 현대 교육제도의 맹점을 비판한 사회 비판 영화라는 점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로 인해 자유를 말살당한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는 것과 같은 감동과 흥미가 있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우리나라 교육과 다시금 연결시켜 생각을 하게 된다. 최근 우리 한국사회에 잇따르는 희대의 강력범죄와 인성파괴 현상을 보면서 이것이 혹시라도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의 결과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계층과 집단, 남녀 노소를 막론한 천륜과 인륜을 무너뜨리는 잔혹한 일들이 연일 꼬리는 무는 까닭이다.
 
흉포화한 사건을 다룬 사회면 기사를 자세히 보다가 아예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게 된다. 이 땅에서 자라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혹시라도 배우지나 않을까 겁까지 난다. 지난 4월 가출한 뒤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또래 학생들에게 살해당한 경남 김해 윤모(15) 양 살인사건은 마치 악마가 살아있는 듯하다.
 
또 지난 달 29일 발생한 경기 포천 빌라 살인 사건의 범인 이모(·50) 씨의 잔인함도 청소년 못지 않다. 천륜과 도덕성은 안중에도 없다. 한국 사회의 잔인함은 군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해병대 1사단의 변기핥기등은 갈수록 잔인성이 더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인륜과 도덕을 숭상하던 옛 선조들의 전통은 어디가고 무엇이 21세기 우리 사회를 이렇게 잔인하고 포악하게 만들었을까.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 각종 매체의 발달을 꼽는다. 해외의 엽기적인 사례가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학습·모방 효과로 잔인함의 수위가 더없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참교육의 부재와 이에 따른 가치관의 몰락이 한국인의 비인륜성과 잔인성을 키운 건 아닐까.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면서 물질이나 권력 앞에 정의와 도덕, 생명의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착한 사람무능력하고 제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 지 오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돈을 벌고 출세를 하면 된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혹시라도 술자리에서 정의와 도덕이라도 꺼내면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로 몰아붙이는 풍조까지 생겼다.
 
다시 죽은 시인의 사회로 돌아가 보면 이 영화는 입시 위주의 교육에 젖어 학생들의 인성을 파괴하는 현대 교육의 모순을 지적한다. 입시 위주 교육제도로 말미암아 자유를 말살당한 학생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키팅 선생이 펼치는 교육관이 눈길을 끈다.
 
영화 속 키팅 선생이 펼치는 독특한 수업 방식은 틀에 박힌 수업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표적인 장면은 키팅 선생이 학생들의 시 수업 교재를 찢게 만드는 장면이다. 시를 알기 위해 운율, 음조를 따져봐야 한다는 원론이 쓰인 페이지에 대해 키팅 선생은 쓰레기라고 일갈한다. 시를 분석하고 측정하는 대신 그는 시 본연의 가르침을 들으라고 한다. 학생들이 키팅 선생의 권유에 따라 교재를 찢는 장면은 권위에 물든 학교의 제도화된 교육에 반발한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학교의 숨 막히는 규칙, 갇힌 교실을 뜻하는 또 하나의 상징물 중 하나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책상과 의자다. 각 학생에게 주어진 유일한 공간으로 틀에 맞게 제작되어 갑갑함을 유발하는 요소다.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이 좁은 공간에서 머물지 말고 자유롭게 벗어날 것을 권유한다. 실천을 위해 키팅 선생은 자신이 먼저 교탁 위에 올라서는 엉뚱한 행동을 한다. 타인의 만들어준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틀을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하기 위해서다.
 
키팅 선생의 교육기간은 짧았지만 이미 내면의 변화를 경험한 아이들은 선생이 떠나는 날, 그동안 자신들에게 닥친 변화를 보여준다. 학생들이 모두 책상 위에 올라가 키팅 선생을 지지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장 감동적이다. 키팅은 따분한 기숙학교의 학생들에게 새로운 영감과 정신력을 불어넣은 스승이었다.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어린 애정을 표현할 때 눈가가 촉촉해지지 않은 관객들이 없었다. 키팅은 떠나지만 그가 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가르침은 온전히 뿌리내렸음을 알려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참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해답을 주는 작품이다. 성공을 위한 삶을 강요받으며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한국의 교육제도 역시 웰튼이 보여주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잊은 채 살아가는 학생들,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웰튼의 학생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지금 한국의 현실이다. 영화 속 책임을 모두 떠안고 학교를 떠나야 했던 키팅 선생의 존재는 우리에게도 절실히 요구하는 멘토상이다.
 
학교나 직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집단 따돌림 같은 것도 넓은 의미에서 진정한 스승과 참교육의 부재 또는 잘못된 입시교육, 정신적 공황이 빚어낸 '대물림 현상'이 아닐까. 윤 일병 사건, 임 병장 사건 역시 군대 내의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입시지옥이나 학교 폭력이 군대로 장소를 바꿔서 빚은 참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끔찍한 비극들을 막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가정,학교,사회가 나서서 교육을 뜯어고치고 인간성 회복 및 인성 교육에 나서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생명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 바른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 ‘착하다는 말이 비난이 아니라 칭찬이 되는 사회가 되도록 도덕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국가개조는 행정부 직제를 뜯어고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며, 가장 가까운 학교교육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학교 안에 문학서클을 두고, 인간이 살아 숨쉬는 시 낭송 또는 수필, 소설 읽기같은 인문학을 공부시키고, 정서를 함양하는 음악 교육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학교에서부터 착실히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죽은 시인의 사회’가 아니라 '살아있는 시인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삼가 로빈 윌리암스의 명복을 빈다. ‘굿바이! 캡틴, 오 마이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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