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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책임과 국가개조론
세월호 침몰 책임과 국가개조론
  • 류동길
  • 승인 2014.07.0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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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세월호 침몰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호가 침몰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무력감까지 안겼다. 어처구니없는 사고였지만 터져버린 걸 어찌하겠는가. 문제는 사고발생 후 구조 활동에서 보여준 불협화음과 당국의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책임을 직접 물어야 할 대상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정권퇴진론까지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종책임이 대통령 저에게 있다"는 대 국민 사과발표를 하면서 해경 해체와 안전행정부의 기능 축소,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자 인사제도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도 다짐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국가개조론이다.

  어떤 책임이 박 대통령과 정권에 있다는 것인가. 대통령 스스로 책임이 있다고 했으니 할 말은 없다. 사고 후 당국이 허둥댄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세월호가 박 대통령 때문에 침몰한 것인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면 세월호 사고가 없었을까. 선박 침몰, 건물 붕괴, 화재, 지하철 추돌, 살인, 납치, 방화 등 개별적인 사고를 두고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건 지나친 억지고 정치선동이나 다름없다. 대통령과 정권을 옹호하자는 말이 결코 아니다. 정권에 책임을 물으려면 정책방향의 잘못과 정책의 실패를 따져야한다는 걸 말하고자 함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비판이 되는 것이다. 국정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과 행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와 사법부에도 분명 있다.

  국가개조는 정부조직 개편과 관피아 척결로 가능한 것인가.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꾸어도 각 부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과는 마찬가지다. 정부가 국가개조에 앞장서는 건 좋지만 국가개조가 정부주도로 또는 조직개편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교육계와 산업계를 비롯해서 모든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19년 중국 상해에서 온전한 독립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교육과 종교, 풍속과 습관은 물론 심지어 우리 강과 산까지도 개조해야한다는 '강산개조론'을 역설했다. 춘원 이광수는 도산의 생각을 이어받아 1922년 우리 민족 쇠퇴의 근본원인은 추락한 민족성에 있다면서 거짓과 속임과 탁상공론을 하지 말자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사상으로 민족을 개조해야 한다고 했다.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은 식민지적 현실 인식이 잘못됐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점을 일단 접어두고 민족개조론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미리 내다 보고 쓴 것 같다는 느낌이다.

  국가를 개조하려면 법과 질서부터 지키는 노력을 펼쳐야한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발생한 지하철 추돌사고나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도 세월호와 다를 바 없는 안전 불감증이 낳은 사고다. 제도와 매뉴얼을 아무리 잘 만들어놓아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세월호 참사가 제도 미비나 매뉴얼이 없어서 터진 게 아니다. 원칙과 규정을 무시하고 적당히 얼버무리는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끼리끼리 뭉치고 봐주는 집단 또는 지역이기주의는 '의리'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뿌리내려져 있다. 우리 사회에는 우파와 좌파가 있는 게 아니라 자파(自派), 즉 자기들 편만 있다고 하지 않는가.

  관피아만 문제 아니다. 안전관련 법안을 붙들고 있는 국회를 보라.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금지법안만 해도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전관예우 문제로 말썽이 많은 법피아(법조인+마피아), 같은 고향사람끼리 봐주는 향피아(고향사람+마피아)는 어떤가.

  잘못된 오랜 관행과 관습, 적당주의 등 적폐를 없애려면 시간이 걸린다. 법질서 지키기는 유치원에서부터 가르쳐야 한다는 건 이를 말해준다. 국가개조를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함께 국민의 의식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법질서와 규정을 어기면 정치인이든 누구든 당연히 제재돼야한다. 책임져야할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국가개조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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