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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조희연과 '강남좌파'
박원순-조희연과 '강남좌파'
  • 정종석<발행인>
  • 승인 2014.06.0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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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 리버럴’아닌 ‘건강한 리버럴’들 많이 나오길

정종석 발행인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탄생한 스타가 있다면 누구일까.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필자는 두 사람을 꼽는다. 바로 서울시장에 재선된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후보다.
 
먼저 박 후보를 보자. 과거 진보 시민운동의 대부였던 그는 보수 여당의 '불멸의 아성'으로 여겨진 서울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 이번에 대단히 선전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전 선거와는 다른 민심의 흐름을 보였다. 박 후보가 보수철옹성이던 강남3구에서 모두 47.1%를 득표했다.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48.6%)11713표 차이에 불과하다. 특히 송파구에서는 정 후보를 앞지르는 이변을 기록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2011년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과 대비된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강남 표심은 과연 어떤 변화의 조짐일까?
 
박원순 후보가 정당 지지율로 당선된 것은 아니다. 지지 정당을 보여주는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 강남 3구 투표자들의 52.7%는 새누리당에 표를 던진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에 투표한 유권자는 38.3%에 불과했다.
 
정당 지지와 박원순 후보 지지 사이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박원순'이라는 독특한 인물변수. 즉 정당명이 아닌 개인기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강남에서의 보수 지지세와 리버럴 지지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충청 및 강원도에서 여당의 패배 그리고 여당이 신승한 부산, 대구 및 인천과 경기도 외곽지역에서의 민심 이동, 이른바 데모크라틱 시프트(democratic shift)’ 또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진보진영 단일화 후보로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된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떠올린다.
 
박원순 후보가 치열한 각개약진식 돌파로 서울시장에 재선됐다면 조희연 후보는 고승덕-문용린 두 보수후보 간의 적전분열로 어부지리를 얻은 측면이 강하다. 그는 선거공약으로 자사고 폐지를 내걸었다. 특수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의 두 아들은 모두 외고를 나왔다고 한다. 일종의 이율배반이다. 액면 그대로 해석한다면 자기 자식은 특수고를 졸업시키고 남(시민)의 자식들은 모두 일반고를 다니게 하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이다.
 
오늘 특별히 이 난을 빌어서 조 당선자에게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그가 이왕 당선된 만큼 임기 4년 동안 이념교육에 치중하지 않고 잘해주기 만을 바랄 뿐이다.
 
흔히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갔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아이들을 교육시켜 본 사람들은 사교육 때문에 허리가 휘어서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과거처럼 학교공부 만으로는 좋은 대학에 가기가 그만큼 힘들어진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 학력문제가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와 연결돼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빈부격차 문제라면 모르지만 이것이 학력문제와 결부돼 일종의 신분화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주위에서 얘기를 들어보면 외고나 자사고, 국제중을 보내려는 부모들의 속마음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의 목표가 단순히 서울대가 아니라 대부분 미국의 아이비리그 입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상류층의 자녀교육 목표가 한국을 벗어났다는 점에 눈이 번쩍 뜨인다. 상급학교 진학을 둘러싼 부모들의 과도한 욕망이 새로운 사회적 계급을 잉태, 양산하는 시대로 이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종전처럼 돈만 많아서 되는 게 아니라 돈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 으레 특수학교를 가고 있고, 또 가려고 한다. 이들이 사회적 계급으로 정착하면 혹시 과거 왕조시대의 양반계급처럼 신분을 대물림하는 '신판 카스트제도'가 21세기 한국에 탄생하는 것은 아닌지 괜히 걱정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미국에는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이라는 표현이 있다. 미국의 상류층 가운데 진보적인 정치 성향의 사람들을 말한다. 대중 교통 확충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리무진이나 개인 전용기를 타고 다니고, 공립 교육을 지지하지만 자식들은 값비싼 사립학교에 보내는 이들의 위선을 비꼬아 일컫는 말이다.
 
오늘의 한국은 어떨까.
 
어쩌면 과거 자녀를 외고에 보냈던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지금은 입장이 달라졌을지 모르지만)같은 진보주의자들이 미국의 리무진 리버럴과 닮음꼴일 것이다.
 
사실 강남 좌파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정치인은 이계안 전 국회의원이다.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  출신의 정치인인 그가 전해주는 강남 좌파의 현실은 대략 이렇다.
 
"정치에 입문하며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을 선택하여 지인의 절반을 잃었고, 서울시장에 출마한다고 선언하면서 또 다시 지인의 절반을 잃었다.."
 
그에게 지인이 절반 이상 남아 있었더라면, 강남 좌파가 선거에서 뭔가 가시적인 수치로 나타났다면 아마도 강남 좌파 담론이 지금보다 훨씬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강남에서 새누리당 아닌 다른 비보수 정당 후보의 국회의원 당선이 아직 요원한 일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또는 조희연에게 쏠린 지지도를 각각 강남좌파 표심의 이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렇다고 할 정보가 없다. 또한 그것이 좋다, 나쁘다고 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다만 이 땅에도 강남이 보수 여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콘크리트 지지현상'이 깨지기를 바란다. 보수와 진보의 병존은 우리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는 평형수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리무진 리버럴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건강한 강남좌파’(liberal democrat)들이 많이 나오기를 애써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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