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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부처 인사권'
대통령과 '부처 인사권'
  • 정종석<발행인>
  • 승인 2014.05.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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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기친람' 버리고, 장관들이 알아서 인사토록 해야

 
국정공백 속에 경제가 마냥 표류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환율하락으로 수출기업들의 주름살이 늘어나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후 수습책으로 제시됐던 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 사퇴파동으로 관청부터 은행까지 온 나라가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를 보자. 행정부 책임자인 국무총리부터 공공기관장, 부처 실국장까지 곳곳이 비어 있다. 나랏일 을 제대로 할 사람이 없으니 국정이 잘 될 리가 없다. 박근혜 정부 2년차인 올해 적어도 3개월 이상을 사실상 공백 상태로 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이미 한달이 넘었다. 사표 수리가 안됐지만 업무를 챙길 상황도 아니다. 게다가 후임 총리 후보였던 안대희 전 대법관의 낙마로 공백 기간은 더 길어지게 됐다. 총리 지명, 인사 청문 등 절차를 고려할 때 일러야 6월 하순에나 총리 자리가 채워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국정 추진 업무 속도가 눈에 뜨게 더디다. 총리실이 담당하는 규제개혁부터 그렇다. 국정과제 추진도 눈에 띄지 않는다. 

총리 인선 지연에 따라 각 부처 역시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각을 예고해 놓은 터라 분위기가 마냥 어수선하다. 

장관을 중심으로 업무가 돌아가긴 하지만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긴 사실상 어렵다. 후임 총리 제청을 받아 개각이 이뤄진다고 할 때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취임하면 아마도 7월 중순이 넘을 전망이다.

부처별로 하반기 계획을 세우고 내년 예산 등을 고민할 시점에 리더십 부재가 큰 문제다. 세월호 참사 후 석달 이상을 공백 상태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수석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를 보자. 당장 6월 무역투자진흥회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 등이 눈앞에 있다. 7월말 발표할 세법개정안, 9월 하순 내놓을 예산안도 6월부터 본격 작업을 시작해야 가능하다. 다른 부처는 6월말까지 예산안을 기재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개각과 맞물리면 더딜 수 밖에 없다.

교육부총리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도 업무 공백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교육·보건 등 5대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 개선과 활성화 대책을 6월말까지 내놓기로 했지만 새로운 조직 구도를 무시한 채로 가기는 쉽지 않다. 벌써부터 개편 가능성이 점쳐진 청와대 비서진이 이를 밀어붙이기도 사실상 힘들다.

이처럼 업무는 물론 정부인사까지도 동결 상태다. 장관의 거취가 불분명하다보니 내부 인사를 단행하기 쉽지 않다. 부처별로 실국장 자리가 빈 곳이 적잖다. 기재부는 세제실 관세정책관, 예산실 행정예산심의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협동조합정책관, 대외경제협력관 등의 국장 자리가 비어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은 물론 IBK투자증권 사장과 같은 공석중인 금융기관 자회사 인선까지도 올스톱상태다.

경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세월호 참사라는 대형 변수를 만나 소비·투자가 동반 위축,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음식·숙박·관광·유통 등 내수서비스업은 빈사 상태에 몰렸다. 연구기관들은 위기의식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이럴 때 정부가 내수진작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온누리 상품권 할인판매, 정부청사 구내식당 휴무제 도입 같은 자잘한 대책만 내놓았을 뿐이다. 국정 공백으로 현안에 대한 정책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내수와 투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참사 이후 잠잠해진 규제개혁 정책에 다시 박차를 가해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공기업 개혁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같은 주요 국정과제들도 추진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런 정책은 집권 2년차인 올해 안에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 개편과 개각 등 인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에 조직개편 지연과 인사 난맥상으로 두세 달의 시간을 허비했던 전철을 되풀이하면 곤란하다. 정부도 국회도 서둘러야 한다. 국정공백이 길어지면 움츠러드는 경제를 되살릴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원래부터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것이 타고난 통치스타일이라면 그대로 하면 된다. 다만 행정 각 부처의 인사문제는 다르다. 책임 총리제는 물론 책임 장관제를 시행하겠다고 대선 때부터 공약하지 않았던가. 후계자 문제는 레임덕(권력누수) 문제와  관련이 깊다는 것을 이해한다. 다음 대선까지 차분히 국정을 챙기려면 불필요한 후계자 다툼이 미리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행정 각 부처인사를 모두 청와대가 챙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그렇지 않아도 박근혜 대통령은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서 모든 걸 다 챙기는 만기친람식 인사스타일이라고 숱한 지적을 받는다. 행정 각 부처 사정은 해당 장관이 제일 잘 안다. 장,차관급 인사까지는 청와대가 챙기더라도 국,과장급 인사까지도 콩놔라 팥놔라 하는 식으로 시시콜콜 챙긴다면 장관은 '핫바지'에 불과하다.

장관은 원래 인사를 통해서 부처를 장악한다.실질적인 인사권이 없는 장관이 제대로 된 정책을 힘있게 집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 행정부처가 자율성과 책임성 확립을 통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이제 부처별 인사라도 해당 부처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시스템 인사'로 되돌아가야 한다. 행정부 말단 직원들까지 청와대만 바라보고 장관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면 기형적인 영혼없는 '해바라기 공무원'들만 양산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빈자리는 결국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말게 될 것이다. 

개각과 조직 인사를 순차적으로 하려다보면 올 연말이나 돼야 마무리될 것이다. 그건 너무 늦다. 관피아 논란으로 공직사회가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 하루 빨리 결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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