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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 보유’ 삼성전자, 1천억 빚 17년째 못갚아
‘150조 보유’ 삼성전자, 1천억 빚 17년째 못갚아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05.2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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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상환 불가능” 돈 있어도 못갚는 양키본드의 함정 탓

사내 유보금을 무려 150조나 보유한 삼성전자가 아이러니하게도 1천억에 불과한 빚을 못갚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미국 채권시장에서 높은 금리로 발행한 달러화 채권,이른바 양키본드를 17년째인 지금까지도 상환하지 못하고 이자를 꼬박꼬박 물고 있다. 발행금액은 1억달러다.

 사내유보금이 15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로서는 언제든 갚을 수 있는 소액이다. 그런데 액면 금리가 연 7.7%나 된다. 풍부한 유동성과 최상위 신용등급을 보유한 삼성전자로서는 상당히 높은 금리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7년 12월 IMF 구제금융 요청보다 두 달 앞선 같은 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총 4억6000만달러의 양키본드를 발행했다. 당시 민간기업으로는 최대규모였다.

이 중 3억6000만달러는 5년만기로 모두 갚았고, 1억달러는 30년 만기의 장기 채권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 1억달러는 만기가 앞으로 13년이나 남았다.

당시 이 채권은 기아사태 등으로 국내 경제의 이상기류를 감지한 삼성이 발 빠르게 대처한 '신의 한 수'였다. 발행시기에 900원대였던 원·달러환율이 두 달 뒤 2000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자본금 6000억원 규모의 삼성전자로서는 상당히 큰 자금이었고, IMF 고비를 무난히 넘기는 동력이 됐다.

당시 국제무대에서 입지가 좁았던 국내 기업들에 해외차입이 쉽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양키본드 발행 성공은 삼성그룹 경영사에 남을 만한 쾌거였다.

그러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1997년 18조에서 2013년 228조로 12배 성장했고,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에서 36조로,순이익은 1235억원에서 30조로 성장했다.

사내 유보금은 자본금의 170배가 넘어 곳간이 차고 넘친다. 만기가 20년 넘는 고금리 장기 외화부채를 남겨둘 이유가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1992년 발행한 양키본드는 이미 오래전에 상환했고,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아직 남아 있는 1억달러의 양키본드는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지급한 이자만 해도 원금을 훌쩍 뛰어넘는다. 따라서 사실 조기상환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갚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시 양키본드 중 1억달러는 만기인 2027년 10월 일시상환 조건으로 발행돼 중도상환이 불가능하다"며 "계약조건 변경이 불가능해 원래 절차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재계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유보율이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일반적으로는 높은 금리의 부채부터 정리한다"며 "IMF시절 발행한 양키본드를 아직까지 보유한 민간기업은 아마 삼성전자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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