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공정위와 44억 소송 강행 이유... "수백억원 적자를 낸 회사에 사익 편취 조항을 적용한 것 아쉬워...특정 계열사에게 부당이익을 주기 위한 것 아냐" 반박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미래에셋그룹과 박현주 회장 등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공정위가 승소했다.‘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미래에셋그룹에 4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다.
그러나 미래에셋그룹이 44억원 규모 과징금 취소 소송을 끝까지 가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일 '미래에셋' 8개 계열사와 이 기업집단의 동일인 박현주가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의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8개 계열사는 미래에셋증권(주)(구 미래에셋대우(주)), 미래에셋컨설팅(주), 미래에셋캐피탈(주), 미래에셋벤처투자(주), 한국펀드파트너스(주)(구 미래에셋펀드서비스(주)), 브랜드무브(주), 미래에셋금융서비스(주), 멀티에셋자산운용(주) 등이다.
공정위는 이번 판결에 대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부당한 이익제공 관련 규정을 독자적으로 적용한 첫 번째 사례에 대한 판결인데, 법원이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여부, 상당한 규모의 거래인지 여부, 특수관계인에게 귀속된 이익의 부당성 및 특수관계인의 관여 여부 등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였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9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호텔에 대해 합리적 고려·비교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킨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3억91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미래에셋컨설팅은 특수관계인 지분이 91.86%(박현주 48.63%, 배우자 및 자녀 34.81% 기타 친족 8.43%)인 비상장기업, 비금융회사로 이 사건 당시 블루마운틴CC 및 포시즌스호텔을 운영했다.
미래에셋 소속 8개 계열사와 박현주 회장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2월 서울고등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재판부는 원고들이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호텔에 대해 합리적 고려나 비교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보았고, 동일인 박현주의 묵시적인 동의나 승인으로 이 사건 각 거래에 관여한 부분이 인정된다고 보아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재판부는 해당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제1항 제4호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과정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 규정을 별도로 둔 취지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거나 별도의 사업기회를 행위객체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행위객체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를 규율하기 위함"이라고 보았다.
다만 재판부는 "규율대상이 무한정으로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일반적인 거래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율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보면서 그 통상적인 절차는 "해당 거래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하고 이를 객관적‧합리적으로 검토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평가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경우"라고 판시했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들이 이 사건 골프장 및 호텔 거래의 특성상 통상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거래상대방의 적합한 선정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결과적으로 이 사건 거래를 통해 미래에셋컨설팅에 약 430억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 해당 사업의 안정화에 기여하여 박현주의 부동산 투자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당 사업 부문의 손실을 줄여 박현주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가치 유지에 기여하는 등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이익의 귀속은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될 우려가 있으므로 미래에셋컨설팅이 이 사건 거래로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하여 부당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더불어 동일인 박 회장의 행위와 관련해 이 사건 거래를 직접 지시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한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억울하다" 입장..."미래에셋컨설팅이 매출을 올린 골프장 등은 부동산펀드를 통해 투자한 곳이다. 금산분리법으로 인해 펀드가 골프장 등을 운영할 수 없어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운영한 것"
이번 판결에 대해 미래에셋 측은 44억원 규모 과징금 취소 소송을 끝까지 가기로 했다.
미래에셋 8개 계열사와 박현주 회장 등은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상소할 예정이다.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서 44억원은 큰돈이 아니다. 계열사 중 하나인 미래에셋증권만 해도 1년에 일반관리비만 1조원 안팎을 쓸 정도로 큰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도 44억원 규모 과징금에 발끈한 배경에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억울함'이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이 매출을 올린 골프장 등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등 계열사들이 부동산펀드를 통해 투자한 곳이다. 금산분리법으로 인해 펀드가 골프장 등을 운영할 수 없어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운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컨설팅은 오히려 500억원가량의 적자가 났다. 미래에셋컨설팅이 계열사 펀드가 투자한 금액에 대한 이자 비용을 지불하면서 발생한 적자다. 오히려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 계열사와의 계약 관계에서 손해를 본 셈이다.
미래에셋 측에서는 직원들끼리 골프 경기나 친목 행사 등을 한다면 회사 소유 골프장이나 호텔을 이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호텔이나 골프장에 가도 비용은 똑같기 때문이다.
특히나 미래에셋컨설팅이 보유한 포시즌스호텔 등은 일반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최근에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포시즌스호텔에 머물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투자해 만든 골프장과 호텔을 투자당사자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이용한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인 결정인데다, 호텔과 골프장을 운영하며 수백억원 적자를 낸 회사에 사익 편취 조항을 적용한 것은 너무나 아쉬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합병과정에서 다양한 고객·임직원 행사를 진행한 것일 뿐 특정 계열사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기 위해 골프장 또는 호텔 이용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