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롯데칠성음료, 해태htb, 동원F&B 등은 작년말 이후 생수값 크게 인상. 생수물가 급등 원인
롯데칠성 등 매출과 이익 증가세. 매출원가율은 오히려 올들어 하락. 인상논리 맞지않아. 물가편승 비판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롯데칠성음료, 제주도개발공사, 해태htb, 동원F&B 등이 올들어 생수값을 크게 올리는 바람에 지난달 생수 물가 상승률이 11년 만에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형 편의점들과 풀무원, 농심 등 다른 생수업체들은 생수가격 동결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조가 되고 있다. 정부의 생필품 가격 인상억제에 호응해 주요 라면업체 등도 최근 라면값 등을 일부 내린 바 있다.
이들 업체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봐도 그다지 다급한 인상요인은 없어 물가 연쇄 상승 움직임에 편승, 이 기회에 회사 수익성을 높여보자는 이기적 행태가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상의 지난달 생수 소비자물가지수는 112.09로 전년 동월보다 무려 10.8%나 올랐다. 이는 2012년 6월(11.6%)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다.
생수 물가 상승률은 1월 0.4%에서 2월 7.3%로 크게 올랐고, 3월 10.1%, 4월 10.2%로 상승 곡선을 더 그리다가 5월 9.3%로 약간 둔화했으나 지난달 다시 반등했다.
생수 물가 상승률이 기록적인 수준을 보인 것은 주요 생수 제품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작년 12월부터 아이시스 등 생수·음료 제품 출고가를 평균 8.4% 인상했다. 아이시스는 제주삼다수에 이어 생수 시장 점유율 2위 제품이다.
유통 채널별로 인상 시점이 달라 편의점 가격은 3월부터 적용돼 500㎖ 제품의 가격은 950원에서 1,100원으로 15.8%, 2ℓ 제품은 1,700원에서 1,950원으로 14.7% 각각 인상됐다.

올 2월에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수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인 제주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올렸다. 이는 2018년 이후 5년 만의 가격 조정이었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페트 가격이 3년 전보다 3배 이상 올랐고, 배를 이용해 제품을 실어 나르는데 유가에 따른 물류비용도 올라 5년 만에 가격을 인상했다"고 설명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해태htb도 2월부터 강원평창수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동원F&B는 올해 4월 대리점 경로에 한해 동원샘물 가격을 4% 인상했다. 또 일부 편의점이 4월부터 PB 생수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고, 수입 생수들도 가격을 올렸다.
반면 편의점업계는 최근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 철회 및 동결을 결정했다. 이마트24는 자체브랜드(PB) 생수인 '아임e 하루이리터 500㎖'을 600원으로 연중 동결한다고 밝혔다. GS25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던 PB 생수 제품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생수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곳도 있다. 당초 풀무원은 3월부터 풀무원샘물 출고가를 5% 올리려고 했다가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아이시스, 제주삼다수 모두 가격이 올라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하지만 고물가 시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진 철회했다"고 말했다.
농심도 지난 2018년 1월 백산수 출고가를 평균 7.8% 인상한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은 부담을 감내하고 있다"며 "당분간 백산수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생수값을 인상한 업체들의 논리가 과연 맞는 것일까? 이들 업체의 재무제표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국내 최대 음료업체인 롯데칠성음료는 생수외에도 다양한 음료와 주류 등을 생산한다. 올 1분기 별도 매출 6,307억원 중 아이시스 등 먹는 샘물의 매출은 54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6%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생수 말고도 올들어 커피제품인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500㎖ 병당 출고가를 작년 1,250원에서 올 1분기 중 1,318.2원으로, 5.4% 인상했다. 작년 초에는 소주 ‘처음처럼’과 ‘클라우드’ 맥주 가격을 각각 7% 및 9.6%씩 인상해 하이트진로 등 다른 주류업체들과 함께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매출원가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설비투자비(감가상각비),기타 제조경비 등을 총망라하는,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원가를 말한다. 국내외 원자재비나 인건비가 올라 제품값을 인상해야 한다면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원가율도 올라야 정상이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의 올 1분기 매출원가율(별도기준)은 58.2%로, 전년동기 58.3%나 22년 전체 매출원가율 59.1%보다 모두 오히려 낮아졌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도 전년동기보다 모두 소폭 증가했다.
한 재무분석 전문가는 “생수만 따로 떼어내 매출원가를 공개하지 않지만 롯데칠성의 전체 매출원가 구조나 수익성 추이 등과 국내외 원자재값이 작년에 비해 올해는 안정세인 점 등을 감안하면 롯데칠성 같은 대기업이 올들어서까지 제품값을 올리는 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동원F&B나 LG생활건강의 100% 자회사인 해태htb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매출과 당기순이익 모두 소폭씩이나마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 1분기 동원F&B의 매출원가율(별도)도 72.1%로, 전년동기의 72.5%, 22년 전체 72.6%보다 오히려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