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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무이자 지원’ 논란, 돈 없어 공부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학자금 무이자 지원’ 논란, 돈 없어 공부 못 하는 일은 없어야
  • 권의종
  • 승인 2023.05.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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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포퓰리즘’ 매도, 국민 깔보는 불손한 언사...학자금 지원은 ‘좋은’ 포퓰리즘, "다다익선"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학자금 무이자 지원’이 논란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게 발단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이 뭐길래. 대학생이 대출받아 등록금을 내고 졸업하고 소득이 생기면 원리금을 갚게 하는 제도다. 대출금 상환을 시작하기 전에 생긴 이자도 모두 갚아야 한다. 

개정안은 일정 소득을 올리기 전, 즉 취직하기 이전에 해당하는 기간의 이자는 면제해 주는 내용이다. 대출금 상환이 시작돼도 육아휴직·실직·폐업 등으로 소득이 사라지면 그로 인한 유예 기간에 붙는 이자를 면제하는 조항도 담겼다. 재난 발생으로 상환을 유예할 때도 이자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 기간의 이자를 모두 갚게 하면 부담이 크다는 게 민주당 측 논리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은 법안 강행 처리에 반발, 의결에 불참했다. 재정 부담, 도덕적 해이, 대학 미진학 청년과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들어 반대했다. “고졸 이하 청년은 대출 혜택 자체가 없고, 서민 소액대출도 이자율이 3∼4%임을 참작하면 학자금 대출 이자 1.7%를 중산층 청년까지 면제해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법안은 소득 분위 8구간 청년에게까지도 이자를 면제해 주게 돼 있는데, 그럴 재정이 있다면 저소득 자립 청년을 지원하는 게 형평성과 정의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야당은 “학자금 대출 이자 1.7%를 면제해 주면 한 달에 만 원 정도 혜택이 생기는데, 만 원의 이자 지원이 과연 포퓰리즘인가”라며 반문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그에 드는 비용은 재정 지출 최우선 순위 

정치가 이성을 잃었다. 감정에 치우쳐있다. 말 마디마디에 가시가 돋쳐있다. 다른 당이 내놓은 법안은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본다. ‘내로남불’식 후진 정치의 전형이다. 법 개정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대학생은 안중에도 없다. 당리당략에 맹종하며 국민과 나라의 장래는 신경조차 안 쓴다.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기주장만 관철하려 든다. 진짜 꼴불견이다.

싸울 때도 말은 가려 해야 한다. ‘포퓰리즘’은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용어다. 자칫 상대를 헐뜯고 국민을 깔보는 불손한 언사가 될 수 있다. 사전적 의미는 대중의 견해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과 활동이다. 대중에 호소, 다수를 위한 정책을 만들고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노력을 뜻한다. 다수의 지배를 강조하고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강조한다. 민주주의와 맥을 같이 하는 긍정적 언어다. 

부정적 의미도 강하다. 포퓰리즘을 대중의 인기만을 좇는 대중추수주의 또는 대중영합주의로 보는 시각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그러하다. 지도자가 정치적 편의나 기회주의적 의도로 포퓰리즘을 활용, 실제로는 비민주적 행태와 권력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삼는다. 권력과 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비현실적인 정책을 내세울 뿐, 국가와 국민이 아닌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이용한다. 굴곡진 한국 정치사가 어쩌면 그런 예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학자금 대출에 대한 미취업 활동 기간에 발생한 이자를 면제하는 법 개정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건 어불성설.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걸핏하면 포퓰리즘을 외쳐대는 한국 정치의 민낯이 창피스럽다. 판단은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이야기가 곁가지로 흘러선 안 된다. 더구나 교육은 백년지대계, 국가경영의 핵심과제다. 그에 드는 비용은 재정 지출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맞다. 

학자금 지원 말고도 취업 이후 기간에 대한 이자도 면제할 필요 

국가 구성의 3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이다. 국민 없는 영토와 주권은 의미가 없다. 국가 흥망은 국민의 자질에 좌우되고, 국민의 능력은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역사상 최단기에 선진국에 진입한 데는 교육의 힘이 컸다. 밥은 굶어도 가르쳤고 논밭을 팔아서라도 등록금을 댄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지구상에 전무후무하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 반열에 오른 지금 와서 돈 없어 공부 못 하는 일은 최소한 없어야 한다. 그 정도 재정을 감당할 능력은 된다.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선진 제국을 보라. 대학등록금이 없다. 세계 굴지의 장학재단은 외국 학생도 장학금을 줘가며 공부시킨다. 우리도 그 정도는 못 할망정 자국민에 대한 학자금 이자 지원 정도는 해야 맞다. 대학생 뿐 아니라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 ‘좋은’ 포퓰리즘은 다다익선이다.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취업 이후 기간에 대한 이자도 면제할 필요가 있다. 취업해도 상당수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취업 후 학자금 대출을 포함한 한국장학재단의 모든 학자금 대출에 대해 이자를 면제하고 원금만 나눠 갚게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원금까지도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이는 국가교육 책임제 강화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교육 개혁과도 부합한다. 

‘도덕적 해이’ 거론도 마뜩잖다.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받으려 안 다닐 대학을 다닐 거라는 소리로 들려서다. 대학 미진학 청년이나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가당찮다.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리면 그들에게도 상응하는 지원을 하는 게 도리일 터. 그러지도 못하면서 한쪽만 도우려면 모두 돕지 말자는 ‘하향 평준화’ 발상에 말문이 막힌다. 사촌의 배가 아파도 논은 사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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