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부정적인 심사보고서를 발부하며 양사의 합병에 빨간불이 켜졌다.
EU는 물론 미국의 심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기업결합 최종 승인을 위해 추가적인 노선 반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EU가 오는 8월 합병 승인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 측에 합병 시 경쟁 제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예비조사 결과를 담은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고 연합뉴스가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집행위는 양사의 합병 시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에서 승객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한국 사이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 위축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심사보고서는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경쟁법 위반 혐의 등 일종의 중간 심사 결과를 담은 문서로 대한항공은 일정 기한 내에 답변서를 EU에 제출하는 한편 6월까지 경쟁제한 우려 해소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2단계 심층 조사를 진행 중인 EU는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조치 방안과 심사보고서 답변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는 8월 3일까지 합병 조건부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EU 집행위의 우려를 해소하고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EU 경쟁 당국의 심사보고서 발행은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의거해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로서, EU 집행위는 정해진 절차에 의해 심사보고서를 발부하되 대한항공과의 시정조치 협의 또한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대한항공은 "심사보고서에 포함된 경쟁 당국의 우려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답변서 제출 및 적극적인 시정조치 논의를 통해 최종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 2년여간 국내외 법률 자문에 1000억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기업결합 심사 통과에 애를 먹고 있는 중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항공사의 국제선 중복노선 65개 가운데 26개의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보고 11개 노선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
영국 경쟁 당국도 두 항공사가 보유한 17개 슬롯 가운데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EU 경쟁 당국도 유럽 4개 노선의 경쟁 제한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운수권 및 슬롯 반납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게다가 미국 경쟁 당국도 지난해 11월 면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무기한 연장, 미국에서의 기업결합 심사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추진한 대한항공은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며, 현재 EU, 미국, 일본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2단계 심사에서도 EU 승인을 받지 못하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