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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왜 '은행 충당금 더 쌓기'를 신신당부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왜 '은행 충당금 더 쌓기'를 신신당부했을까 
  • 권의종
  • 승인 2023.05.0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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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대출 연체와 꿈틀대는 금융부실...향후 경기침체 등에 따른 잠재부실 확대에 '선제적 대응' 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은행이 더는 ‘신의 직장’이 아니다. 업무가 고난의 행군,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실적 올리랴, 고객 응대하랴, 본부 지시 따르랴, 대내외 검사받으랴, 금융당국 눈치 살피랴. 눈코 뜰 새가 없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민원이 생기거나 감사에 걸리면 그걸로 끝장이다. 승진과 이동, 급여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심하면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한다. 

견디기 힘든 고통은 이 말고도 또 있다. 은행을 바라보는 세간의 차가운 시선이다. 경기침체와 고금리에 시달리는 고객에 높은 예대마진의 이자 장사로 '역대 최대 이익'을 경신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 퇴직자에게 거액의 명퇴금을 쥐여주고 재직자에게 고액의 성과급을 나눠주며 ‘나홀로 돈잔치’를 벌인다는 언론의 질타가 매섭다. 

은행이 돈 잔치를 벌일 정도로 이익을 많이 내는지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필요하다. 회계 원리상으로 이익은 수익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다. 그런데 수익과 비용의 계산이 간단치 않다.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GAAP)에 따라 정확히 인식해야 하고, 또 이를 회계 연도별로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당기순이익이 산출되는 구조다.

은행의 경우는 대손충당금을 얼마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익의 규모가 달라진다. 대손충당금은 고객에 돈을 빌려준 대출채권 중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을 말한다. 은행이 돈을 빌려준 뒤 이 중 일부는 회수되지 못할 수 있는 점을 고려, 회수 불가능한 금액을 미리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위함이다. 그러다 채권 회수가 불가능해지면 그동안 쌓은 대손충당금으로 상계 처리한다. 

‘역대 최대 이익’ 경신하는 은행, “돈 잔치 말고 부실 대비해야”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결산할 때 비용으로 처리됨에 따라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 은행은 부도율(PD·1년 내 여신이 부도 처리될 가능성의 예측치), 부도 시 손실률(LGD·부도 발생 시 여신 중 회수하지 못하고 손실 처리되는 비율) 등을 토대로 충당금 적립액을 산출한다. 이때 과거 10년간의 PD·LGD 관측 데이터가 활용된다. 

여기서 유념할 사항이 있다. 2020∼2022년은 은행이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등에 대출금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을 유예, 연체율과 부도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다. 단순히 10년 데이터를 사용하면 충당금이 적게 책정될 수 있다. 2020년 4월 이후 반복돼온 만기연장은 2025년 9월 말로, 상환유예는 올 9월 말로 끝난다. 작년 9월 말 기준 만기연장 이용 차주는 53만4,000명 124조7,000억 원, 상환유예 신청 차주는 3만8,000명 16조7,000억 원 규모다.

대출 연체가 치솟고 있다. 상승 폭이 커지는 게 더 걱정이다.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이 1월 말과 비교해 0.05%포인트 상승한 0.36%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말 연체율과 비교하면 0.11%포인트 올랐다. 2020년 8월 0.38% 이후 가장 높다. 2월 말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4%포인트 오른 0.32%로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 확산하기 전인 2020년 2월 말 연체율 0.3%를 넘어섰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더 높다. 2월 말 0.39%로 1월 말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은 2월 말 연체율이 0.47%로 전월 말 대비 0.08%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 연체율(0.09%)이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며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오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이 아닌 제2금융권이나 카드사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연체율 상승은 더 심각할 것이다.

만기연장·상환유예로 연체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는 ‘착시효과’ 

앞으로가 문제다. 최근 수년간 수면 아래 잠들어 있던 부실 위험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연체율은 대출하고 나서 1~2년의 시차를 두고 오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확산기에 공급된 대출금의 연체가 올해부터 급등할 소지가 있다. 여기에 고유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서 국내 실물 경기침체로 인한 차주의 상환능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이다. 

사실 지금 와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이제라도 충당금을 두텁게 쌓는 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금융당국도 은행에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할 것을 주문한다. 은행도 손 놓고 있지 않다. 지난해 연간 대손충당금으로 5대 금융지주는 5조9,368억 원, 5대 은행은 3조2,342억 원을 새로 쌓았다. 2022년 말 기준 금융지주와 은행의 누적 대손충당금 잔액은 각각 13조7,608억 원, 8조7,024억 원에 이른다. 

그래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만사 불여튼튼. 향후 경기침체 등에 따른 잠재부실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 범유행 이후 경제여건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 확대에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취약차주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이어가기보다 채무조정 등 부채정리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도 상황의 절박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적시했다. 지난 2월 15일 은행 산업의 과점 피해를 지적하는 자리에서 은행에 상응하는 역할을 주문했다. 대손충당금을 꼭 늘려 쌓으라고 이렇게 신신당부했다. “수익이 좋은 시기에 은행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국민을 지원해야 한다”고.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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