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미국 중소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둘러싼 위기설이 부각되고 있다. 주가가 또 30% 이상 폭락하며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퍼스트리퍼블릭은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자산 매각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뜻대로 이뤄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이에 은행 위기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전날 50% 한 데 이어 이날도 29.75% 떨어지면서 주당 5.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퍼스트 은행의 시가총액은 이틀 동안 41%나 빠지면서 8억8천800만 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초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139달러 수준이었다. 불과 4개월 만에 주가가 20분의 1 이상 폭락한 셈이다.
주가 급락 원인으로는 전날 퍼스트리퍼블릭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이 꼽힌다. 이 은행 예금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765억 달러(약 236조 원)에서 3월 말 기준 1045억 달러(약 140조 원)로 41% 감소했다.
해당 예금액은 최근 JP모건 등 11개 은행 구제 예금 300억 달러를 포함한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위기설은 이미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때부터 불거졌다. SVB가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 탓에 파산하자, 퍼스트리퍼블릭 같은 일부 지역 은행들까지 공포가 번졌다.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은 지난달 JP모건 등 대형 은행 11곳으로부터 300억 달러를 지원받아 급한 불을 껐지만, 추가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측은 장기주택담보대출과 증권을 포함해 500억 달러에서 1천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최소 4개 은행에 접근해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퍼스트리퍼블릭은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자산을 시장가보다 높게 사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은행들이 자산을 비싸게 사면 손실을 보지만 퍼스트리퍼블릭이 무너져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은행 규제가 강화된다면 관련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로 설득하면서 사실상 ‘강매’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퍼스트리퍼블릭의 계획대로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퍼스트리퍼블릭은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도 “이미 퍼스트리퍼블릭에 돈을 예치해 놓은 대형 은행들이 또 개입할 이유를 찾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운명은 절망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P모건체이스(-1.77%), 뱅크오브아메리카(BoA·-1.46%), 씨티그룹(-2.17%), 웰스파고(-2.74%) 등 미국 4대 은행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미국 금융자문사 앱터스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와그너 애널리스트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자산은 매각될 수 있지만 시간이 상당히 소요될 수 있다”며 “액면가와 비교해 크게 할인된 가격에 팔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