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정윤승 기자]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1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여기에 외환당국이 시장에 달러를 매도하지 않으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3년 3월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260억7000만 달러로 전월 말(4252억9000만 달러)보다 7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8월(-21억80000만 달러), 9월(-196억6000만 달러), 10월(-27억6000만 달러) 등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11월(+20억9000만 달러), 12월(+70억6000만 달러), 올해 1월(+68억1000만 달러)에는 3개월 연속 늘었다. 2월엔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 4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한은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증가한 점이 외환보유액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달러화 가치는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지난달 말 기준 102.14로 전월 말(104.67)보다 2.4% 하락했다.
미 SVB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확산하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조만간 끝낼 것이란 전망이 유력시된 영향이다.
그 결과 미 달러화가 평가 절하되면서 유로화·파운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을 미 달러로 환산한 외화자산이 늘었다.
유로화가 미 달러화 대비 2.8% 절상됐고, 영국 파운드화도 2.7% 가치가 상승했다. 호주 달러화는 0.5% 절하됐고, 일본 엔화도 2.5% 절상돼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올 2월 말 1322.6원에서 3월 말 1301.9원으로 1.56% 하락했다.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775억9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30억9000만 달러 늘었다.
반면 현금이라고 할 수 있는 예치금은 26억1000만 달러 줄었다. 지난달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미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 하자 예치금을 미 국채 매수 등에 사용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4253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1위는 3조1332억 달러가 있는 중국, 2위는 1조2260억 달러의 일본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