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한화가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받고도 공정거래위원회라는 '암초'를 만났다.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방위 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기업결합 심사 경과과 관련 "현재 당사 회사와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 등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말 한화 측에 자체적으로 시정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화는 대우조선 주식 49.3%를 취득하는 신주 인수계약 체결 후 작년 12월 19일과 26일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공정위에 냈다.
공정위가 해외 경쟁 당국과는 달리 '경쟁사 봉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에 있어 까다로운 문턱을 앞에 두게 됐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 이행을 전제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조건부 승인할 방침이다.
한화 방산 부문과 대우조선 함정 부문의 수직 계열화가 함정 입찰 시 경쟁사의 기회를 제한할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함정 부품 시장에서 한화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시장에서의 경쟁사를 봉쇄할 가능성에 대한 집중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이해관계자 의견 조회 결과에서도 복수의 사업자들이 정보 접근 차별 등 함정 부문 경쟁사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화는 레이더·통신장비, 항법장치, 발사대 등 10여종의 군함 필수 부품을 생산하는데, 이 중 다수가 시장 점유율이 높거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한화가 HD현대중공업, HJ(한진)중공업 등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우조선에 부품을 팔거나 부품 관련 정보를 경쟁사보다 더 많이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함정 부품 기술정보를 경쟁사들에 차별적으로 제공하거나 차별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함정 입찰 시 기술평가·제안서 평가, 가격경쟁에서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정 전압·위치 등 부품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수록 해당 부품과 호환이 잘 되고 기술적 완결성이 높은 군함을 제작할 수 있어 기술 평가에 유리한 면도 있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으며, 이에 대해 협의 중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공정위의 자료 요구와 관련해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적극적으로 소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어떤 요구나 대화 요청이 있으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측은 "국제사회에서 승인한 기업 결합 심사의 국내 심사 지연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현실에 상황의 위중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 조선산업의 세계 시장 수주 불이익과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국가적 경제 상황 악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방위산업과 관련한 대우조선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국가 경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저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승인은 양측의 시정방안 이행을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의결하면서 완료될 전망이다. 기업결합 심사 종료 시점은 공정위 심사관과 한화가 얼마나 빨리 시정방안을 협의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