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發 위기 국내도 불안…PF금융 위험 노출액 4년만에 200조 육박해 당국도 집중관리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국내 비은행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비은행 금융기관의 PF대출 잔액은 86조원에 육박하며 9년 새 5배 넘게 폭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위기 뇌관 1순위로 꼽힌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식하고 부동산 PF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은행의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금융권의 PF대출 잔액은 총 11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14조6000억원 불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은행권의 PF대출은 2013년 말 2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30조8000억원으로 43.6% 가량 늘었고, 같은 기간 저축은행·보험사·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PF대출은 13조8000억원에서 85조8000억원으로 521.7% 급증했다.
문제는 비은행권 부동산PF의 위험노출액이 최근 4년 사이에 2배가량 늘며 200조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자료에따르면, 비은행권 부동산PF 금융위험 노출액은 2018년 말 9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기준 191조7000억원까지 폭증했다. 부동산PF 위험노출액에는 대출, 지급보증, 유동화증권 등이 포함된다.
PF대출 연체율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0.18%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61%로 상승했다. 은행은 0.03%에서 0.14%로 올랐고, 비은행권은 0.24%에서 0.77%로 뛰었다.
통상 은행에 비해 자본여력이 낮은 비은행 금융기관은 위험사업장을 주로 취급해 사업성 악화로 인한 PF대출 부실 가능성이 크다.
실제 유동화증권과 같은 부동산PF 관련 채권이나 증권은 보통 2~3년 후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기반해 제공돼 위험도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이 자칫 금융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SVB, CS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불확실성이 우리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약한 고리인 부동산PF 등 부동산을 둘러싼 부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특히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중이 높은 중소 증권사, 지방 저축은행 및 캐피털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부실과 잠재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 위험 현실화…금융당국, 제2금융권 모니터링 강화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전 세계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 부동산 PF 위험이 현실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금융당국은 일부 제2금융권의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금융감독원은 PF사업장 정상화 지원을 위한 절차를 명확화하고 협약 운영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을 이달 중 시행한다.
자율협약 개정안에는 정상 사업장에 대한 사전 지원 제도 운영 근거와 연체 사업장(정상화 가능 사업장)에 대한 채권재조정 근거 등이 담겼다.
금감원은 이러한 자율협약이 현장에서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협약 이행과 관련한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우선 업종별 여신한도 준수 의무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그간 저축은행은 PF대출에 대해서는 총신용공여의 20%, 부동산업·건설업에 대해서는 각각 총신용공여의 30%, PF대출 등 부동산 관련 업종 합산 총신용공여의 50% 한도를 준수해야 했다.
아울러 '자기자본 20% 룰'도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저축은행중앙회 자율규제로, PF 사업자금의 20% 이상으로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에 대해서만 PF 대출을 취급하도록 해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PF대출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