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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도 '골육상쟁'?... 김준기 창업주, 아들 김남호회장과 '지분전쟁' 조짐
DB도 '골육상쟁'?... 김준기 창업주, 아들 김남호회장과 '지분전쟁' 조짐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3.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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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DB지분 대거매입. 딸 지분 합치면 아들 지분 훨씬 넘어. 아들 승계의지 의문
딸 지원설도 난무. 아들 길들이기 또는 견제설 유력. 지분전쟁 전망으로 DB주가 폭등
아들 김남호회장 경영방식에 불만 많은듯. 가사도우미 사건 등 벌써 잊었는지 의문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DB그룹의 전신인 동부그룹은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이 사실상 혼자 힘으로 일군 그룹이다. 건설-제철-금융-비메모리 반도체 등을 주력으로, 한때는 10대 그룹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중반 동부그룹은 사실상 반()몰락했다. 주력인 건설, 제철의 부진과 투자 실패,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었다. 건설, 제철 등 계열사들을 대거 매각하고 정리하는 구조조정 끝에 금융(DB손해보험)과 전자-IT(동부하이텍) 정도로 그룹 규모가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전 회장은 이 시점에 또 엄청난 일을 저질러 그룹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2016~17년 자신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 A씨와 비서 B씨에 대한 성추행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순순히 조사를 받았으면 그래도 괜챦았을텐데, 신병 치료를 이유로 2017년 미국으로 출국을 해 여론을 더 들끓게 했다. 이후 경찰의 귀국 종용에도 23개월간이나 미국에 머물다 인터폴 적색수배 등 수사 당국의 압박이 강해지자 201910월 자진 귀국했다.

법원은 김 전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1심과 2심 법원은 징역 2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상고할 듯 하던 김 전 회장은 20215월 돌연 상고를 포기, 집행유예형이 확정되었다.

▲DB하이텍의 22년 상반기 5억이상 보수 지급자 명단
▲DB하이텍의 22년 상반기 5억이상 보수 지급자 명단

그 사이에 그룹은 DB로 이름을 바꾸고, 20207월에는 장남 김남호(48)가 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남호 회장은 당시에도 지주사격인 DB(지분율 16.83%)와 주력사인 DB손해보험(8.3%)의 개인 최대주주였지만 아버지의 승인과 지원을 받고 회장으로 취임했을 것이다.

김남호 회장 체제는 처음에는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었으나 빠른 시간안에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에는 그룹 양대 주력사인 DB하이텍과 DB손해보험이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건강문제도 있고, 재판도 신경써야 해서인지 김 창업주는 귀국후 2년 정도는 조용히 근신하는 듯 했다. 하지만 2심 재판이 확정되자말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131일에는 DB, 41일에는 DB하이텍의 경영자문으로 각각 복귀했다.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자문역이었으나 엄연히 상근이었다. 실적이 좋지않은 DB에서의 보수는 5억원이 넘지 않았지만 DB하이텍에서는 2118.45억원에 달하는 보수도 받았다. 작년 상반기 보수도 14.25억원으로, DB하이텍의 상근 미등기 회장이기도 한 아들 김남호의 상반기 보수 14.5억원과 비슷하게 받았다.

여기에 덧붙여 김 창업주는 작년 1228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하던 DB 보통주 864만주를 시간외 매매로 대량 매입한 것. 이로써 김준기 창업주의 DB지분은 종전 11.61%에서 15.91%, 크게 늘어났다.

아들 김남호 회장 지분 16.83%와의 격차는 불과 0.92% 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김 회장의 두 살위 누이인 김주원 DB 부회장(50)DB지분 9.87%를 갖고 있다. 아버지와 딸의 지분을 합하면 25.78%, 아들 지분을 9% 가까이 크게 앞지른다.

▲DB의 주요주주 구성
▲DB의 주요주주 구성

당시 DB그룹측은 김 창업주의 갑작스런 주식 대량매입에 대해 "221230일부터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됨에 따라,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DB INC의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차원에서 (김 창업주가)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이 지난 2019년 성폭행 조사를 받기 위해서 검찰에 나오고 있다.

이때부터 주가 변동이 거의 없던 준 지주사 DB의 주가는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등이 집중매수에 나서면서 지난 2월말까지 주가가 무려 84%나 치솟았다. 32일 주당 1587원까지 더 올랐다가 잠시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 14일 종가도 1450원으로 다시 올랐다.

미국 은행 파산 후유증으로 코스피가 폭락했는데도 DB주식은 드물게 올랐다. DB그룹의 다른 계열사들 주식은 올들어 이만큼 급상승한 종목이 없었다.

일부에선 DB 주가급등의 이유로, 계열사 DB하이텍이 작년 호실적을 올려 배당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들기도 했다. 실제 DB하이텍은 올 4월 주주들에게 지급될 작년 결산배당을 565억원으로 확정했다. 작년 배당 195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DB하이텍의 연결손익계산서
▲DB하이텍의 연결손익계산서

DB주가가 많이 오르려면, DB하이텍으로부터 배당을 받은 DB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해야한다. 하지만 DB의 작년 매출은 전년대비 22% 증가했으나 당기순익은 73%나 줄었다. 보유한 관계기업 주식에 공정가치평가에 따른 손상차손이 발생한 탓이었다. 이때문인지 최근 5년간 결산배당이 전혀 없었던 DB는 올해도 무배당을 결정했다.

오는 29DB의 정기주총 안건에는 배당 관련 안건 자체가 없다. DB하이텍의 고배당 전망 때문에 DB 주가가 급등했다는 설명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김준기-김남호 부자간에 무언가 다툼이나 알력 같은게 있는게 아니냐는 설()이 무성해지고 있다. 부자 또는 남매간에 지분경쟁을 할것이라는 예상하에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 설명도 퍼지고 있다.

이게 맞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아버지의 복귀후 그룹 경영문제를 놓고 부자간에 충돌이 있었을수도 있고, 아버지의  재판과정에서 아들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을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아직 없고, 또 확인되지도 않는다.

일부 언론은 작년부터 시도된 DB하이텍의 물적 분할 문제를 놓고 그 추진배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DB의 연결손익계산서
▲DB의 연결손익계산서

DB하이텍은 주력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반도체 설계(브랜드)를 함께 하던 업체였다. 파운드리를 존속회사로 하고, 브랜드를 신설회사로 물적분할하면 양쪽의 전문화도 살리고, 고객이해 상충문제 등도 해결할수 있다는게 물적 분할의 취지였다.

하지만 75%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거셌다. 물적 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 지분을 100% 보유하는 만큼 신설회사가 분할후 재상장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크서다.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작년 9월 물적 분할을 포기하는가 했던 DB하이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다시 물적 분할안을 기습 상정, 통과시켰다. 329일 주총 승인만 받으면 확정된다.

DB하이텍측은 소액주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신설 분할회사의 재상장을 당분간 포기하고, 올해 배당금 대폭 증액, 1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같은 카드도 동원했다.

그러나 소액 주주들은 5년 내 재상장 가능 조항 등이 이번 정관 개정안에 들어있는 점 등을 들어 계속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주총에서 첨예한 표 대결이 예상된다.

▲DB하이텍의 물적 분할 방안
▲DB하이텍의 물적 분할 방안

DB하이텍이 작년 9월 포기했던 물적 분할을 6개월만에 다시 시도하는걸로 보아 분할 자체에 아버지가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DB하이텍에 3.6% 개인지분을 갖고있는 아버지가 물적 분할 대신 인적 분할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DB하이텍의 주요 주주는 DB 12.39%, DB생명 0.78%, DB김준기재단 0.62%, 김준기 3.60%, 김주원 0.39% 등이고, 김남호 회장은 개인지분이 없다. 하지만 어느것도 확인된 것은 없다.

분명한 것은 장남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으로 김준기 창업주가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79)에다 과거 스캔들, 유죄판결 등 때문에 본인이 다시 경영일선에 나서기는 아직 부담스럽고, 대신 딸을 밀어줘 아들과 경쟁시키려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딸 김주원씨는 연세대 음악과 출신으로, DB하이텍 미국법인 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김주원씨는 작년 71일 갑자기 DB 부회장에 기용되었다. 비록 미등기 이사지만 엄연히 상근이라, 작년말 김 창업주의 주식대량 매입과 맞물려 이런 관측이 나온 것이다.

▲DB하이텍의 주요 주주 구성
▲DB하이텍의 주요 주주 구성

아버지와 딸의 DB 지분을 합치면 아들보다 9% 가까이 앞서 이론적으로는 경영권을 아들로부터 뺏을수도 있다. 하지만 DB의 이번 주총 이사 선임 안건중에 김주원씨 이름은 아직 없다. 사내(등기)이사로 진입하지 못하면 경영권 장악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장에 경영권 교체까지는 가지 않고, 아들이 자기 마음대로 못하도록 아들 길들이기 또는 견제 시스템을 김 창업주가 만들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해지고 있다. 끝까지 아들이 맘에 들지 않으면 딸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아들이 고분고분해지면 그대로 경영권을 준다는 관측이다.

그렇더라도 나중에 아들에게 지분을 다시 모두 넘기려면 막대한 상속-증여세 부담은 불가피해진다. 이런 일을 왜 벌이는지, 김 창업주의 의중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이번 주총에서 DB하이텍의 물적 분할이 제대로 통과될지부터가 관심사다. 무산될 경우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수도 있다. DB하이텍은 김 창업주가 오래전부터 공들여 키워온 회사다. 그런 회사를 아들 자기 마음대로 바꾸려 했고, 또 실패까지 했다면 아들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질 수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이 DB그룹 창업주가 다시 스멀스멀 전면으로 조금씩 등장하고 있는 것 만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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