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고, 이번 SVB사태에도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14일(현지시간) 무디스 투자자서비스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미국의 잇단 중소 지역은행 붕괴를 고려해 미 은행시스템에 대한 전망을 하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날 보고서는 무디스가 전날 시그니처은행에 대한 등급 전망을 철회하고 퍼스트리퍼블릭, 인트러스터 파이낸셜, UMB, 자이언즈 뱅코프, 웨스턴얼라이언스, 코메리카 등 6개 지역 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을 검토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SVB와 실버게이트 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벌어진 예금 인출 사태와 이들 은행의 파산에 따라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은 앞으로 미 은행업계의 신용등급과 차입 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 당국이 문제 은행들에서 예금보험 대상이 아닌 고액 예금주도 똑같이 보호하고,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는 다른 은행들이 손해를 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안전망 강화 대책을 내놨음에도 무디스는 SVB처럼 기업 고객들의 보험 한도액 초과 예금이 많고 보유 자산의 현재 가치가 많이 떨어진 다른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미실현 손실이 많고 개인 고객이 적고 비보험 예금주가 많은 은행들은 여전히 예금주들의 (인출) 경쟁에 더욱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은행업계의 위기를 고려해 금리인상을 곧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무디스는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 범위로 돌아올 때까지 금리가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 같다"라며 당분간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미국의 은행들은 몇 년간 자금조달 비용이 낮았던 시기를 보내고 이제 예금 비용의 급격한 상승에 직면했다"며 "이로 인해 특히 채권 자산의 비율이 높은 은행들의 이익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이 무디스는 미국 경제가 올해 중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은행 업계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