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B임원 성추행 재발 방지 보다 '영업 전략' 발언에 피해자 해고 협박까지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흥국생명(대표이사 임영준)의 한 지점장이 직원 2명의 윗옷에 양손을 집어넣는 성추행을 한 일이 벌어졌다. 이 지점장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추워서 손이 차가웠는데, 장난을 친 것’이라는 취지로 황당한 해명을 했다.
전문가들은 흥국생명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ed)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흥국생명 지점장이 여직원 2명을 성추행한 것도 모자라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하고, 2차 가해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9일 JTBC는 <[단독] "손 차가워 녹이려고"…여직원 옷에 손 집어넣은 보험사 간부>제하 보도를 통해 흥국생명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진상조사를 위한 감사에서 2차 가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성폭행 사건은 지난해 1월 경기도에 있는 흥국생명 한 지점에서 지점장 A씨가 직원 2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여직원에게 다가가 자신의 양손을 직원의 상의 안에 넣는다. 직원이 밀치며 거부한다. A씨는 꿈쩍도 않다가 강하게 뿌리치자 그제야 돌아간다. A씨는 잠시 후 또 다른 여직원에게도 같은 행동을 한다.

흥국생명 본사 임원, 가해를 당한 피해자를 해고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하며 '2차 가해'
여직원들은 A씨의 부적절한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A씨는 2월 13일 회의에서 여직원들에게 사과를 한다. A씨는 “본사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모르겠다. 외부에 나가면 간단한 문제들은 아니다.”고 말한다. 외부에 알려질 경우 지점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A씨의 성추행은 본사까지 알려진다. 본사가 진상조사에 나선다. 2월 16일 본사 임원 B씨가 참여한 회의가 열린다. B임원는 "제가 왜 왔겠습니까?. 돈 벌러 나온 거 아니야? . 돈 못 벌면서 왜 앉아있냐고. 뭐 이런 지점이 있어”라고 말한다. 영업 실적만을 강조한다. 진상조사를 통한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은 없다. B임원의 황당한 발언에 듣다 못한 직원들이 회의실을 나간다.
B임원은 “(문제를 제기한) 두 사람(피해 여직원들)도 자를 거야. 지점장이 30년지기 친구지만 오늘 자르겠다. (이제) 속 시원해?.”라고 말한다.
가해를 당한 피해자를 해고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다. 2차 가해를 가한 것이다. 피해 여직원은 결국 경찰에 A지점장을 고발한다. 흥국생명은 사건이 일파만파 번진 뒤에야 A씨를 그만두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또한 2차 가해를 이유로 해임됐다.

흥국생명, "본사에서 안 시점에 바로 해촉"...그러나 "성폭력 사건은 심각한 기업윤리 문제"
흥국생명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성추행 의혹을) 인지한 순간에 해임됐고 경찰 신고와는 무관하다"며 "본사에서 인지한 시점에 바로 해촉했다"고 밝혔다.
또 B 씨가 A 씨에게 업무 실적을 운운한 것에 대해서는 "본사에 알리지 않고 일을 취하려던 것 같다. 지점장을 보호하려는 취지가 있던 것 같다"고 했다.A 씨와 B 씨는 입사동기이자 30년 지기로 알려졌다.
그러나 흥국생명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심각한 기업윤리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성폭력 문제 전문가들은 "성추행 문제가 발생한 뒤 진상조사를 위한 감사 과정에서 2차 가해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회사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를 막고, 기업의 성윤리를 바로세웠어야 한다"면서 "그런데도 흥국생명은 피해자 구제 대신 "해고한다"는 협박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