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위험 간과…인상 속도 조절 성급한 신호 지적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약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 랠리를 멈춘 가운데, 환율이 뛰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과의 금리차 등을 고려할 때 너무 일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3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원·달러 환율은 24일(+7.7원), 27일(+18.2원) 등 이틀 연속 급등해 지난해 12월 7일(1321.7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1320원 선을 넘어섰다.
28일에는 0.4원 하락했지만, 1320원대(1322.6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23일 종가와 비교하면 3거래일 사이 2% 가까이(1.97%, 25.5원) 뛴 셈이다.
동결 이후 증시에서는 특징적으로 외국인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통위 금리 결정 직후인 지난달 24일(3003억원), 27일(3248억원), 28일(2888억원) 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사흘 누적 순매도 규모만 9139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금통위가 낀 주(2월 20∼24일)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모두 7702억원 어치를 팔아치워 8주 만에 주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런 외국인 매도세에 밀려 28일 코스피지수(종가 2412.85)도 23일(2439.09)보다 약 1.1% 떨어졌다.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24일 1932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27일 3971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2월 전체로는 240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외국인이 채권 시장에서도 돈을 빼는 추세다.
최근 외환·증권시장의 이런 자금 흐름의 배경에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이 더 길고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달러 강세(가치 상승)를 이끌었다. 한미 금리차는 현재 1.25%포인트(한국 3.50%, 미국 4.50∼4.75%)로, 이미 22년 만에 가장 크다.
연준이 이번 달과 오는 5월 최소 두 차례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차이로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과 이창용 총재의 메시지에 실책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겼지만, 그 수준을 3.75%로 제시한 것이 결국 긴축 종료 판단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진단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이미 기준금리 5.5∼6%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마치 최종 금리가 높아야 3.75%로 예고된 것과 같다. 너무 끝을 단정적으로 말한 게 좋지 않은 신호였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이나 환율 불안 등에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