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각종 비리 의혹 핵심 인물…송환거부 소송 시 입국에 시일 걸릴 듯
국내 송환되면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검찰 수사 탄력 전망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의 핵심 인사로 알려진 김성태 전(前) 쌍방울그룹 회장이 10일 태국에서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송환되면 쌍방울과 연관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혹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10일 오후 7시 30분(한국 시각)쯤 태국 빠툼타니 소재 한 골프장에서 현지 이민국 검거팀에 붙잡혔다.
현장에 함께 있던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도 함께 검거됐다. 이들은 지인과 골프를 치려고 골프장에 갔다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으로 거처를 옮겨 8개월 가까이 도피 중이었다. 양 회장도 비슷한 시기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았다.
검찰 등에 따르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쌍방울 발행 전환사채(CB) 200억 원 중 100억 원의 CB를 사들인 쌍방울 계열사가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았던 이 모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이 대표 변호사비로 현금과 CB 등 23억여 원을 줬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기도 했다. 친문 단체가 관련 녹취록을 공개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으나 김 전 회장의 출국으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여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5월 당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의 도움으로 중국 단둥에서 북한 측으로부터 광물 개발 등 여섯 분야 사업권을 받았다. 이후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 주가가 3배 이상 급등했다.
쌍방울은 2018년 11월과 2019년 7월 경기도와 아태협이 공동 개최한 남북 교류 행사 비용도 지원했다.
김 전 회장은 또 2018~2019년 64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72억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지시로 이 가운데 50만달러를 북한 조선아태위 김영철 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초기 쌍방울 임직원 등을 동원해 한국 음식을 조달받는 등 '호화 도피'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전·현직 회장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는 한편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수백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임의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하는 등 압박을 가해 왔다.
김 전 회장은 여권 무효화로 태국에서 추방되는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만약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국내 송환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초 태국에서 체포된 김 전 회장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 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 모 씨도 검거 직후 태국 법원에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