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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과 ‘동행’...갈 길 먼 대한민국 금융, 함께 가야 멀리 간다
‘협력’과 ‘동행’...갈 길 먼 대한민국 금융, 함께 가야 멀리 간다
  • 권의종
  • 승인 2022.12.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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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간 제휴는 고객을 위한 것이나, 금융사에 더 유익...한국 금융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마지막 퍼즐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절망은 없다. 적어도 사업에서만큼은 그렇다. ‘노(No) 재팬’으로 줄줄이 문을 닫아야 했던 일본의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되살아나고 있다. 한국 매출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9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다. 유니클로 한국 사업을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2회계연도 매출은 7,042억 원, 전년보다 20.9% 늘었다. 영업이익은 1,1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6.8% 증가했다. 격세지감이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51%)과 롯데쇼핑(49%)이 합작한 법인이다. 유니클로는 국내에서 2018년 매출 1조4,188억 원, 영업이익 2,383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 2019년 국내 소비자의 불매 움직임으로 매출이 9,749억 원으로 떨어졌다. 그 후로도 3년 연속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매장 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 매장 수는 123곳, 작년 8월 말보다 22곳 줄었다. 고비용 점포인 서울 명동점, 강남점, 홍대점 등을 접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회심의 반전 카드는 따로 있었다. 한국 시장에서의 ‘외면’을 해외 유명업체와의 ‘외교(外交)’로 풀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의 제휴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와 제휴한 ‘유니클로&마르니’ 컬렉션이 출시됐을 때는 매장 앞에 줄을 서는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유니클로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국내기업의 반격도 매서웠다. 3년여간 유니클로의 활동 부진을 가만두고 보지 않았다. 시장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국내기업 다수가 패스트패션(SPA) 시장에서 빠르게 점포를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유니클로와 국내 브랜드 간에 벌어질 치열한 시장 쟁탈전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금융도 비즈니스, 협력은 필수...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고, 필요하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금융에서도 협력은 필수다. 금융도 비즈니스인지라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필요하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한다. 서로 으르렁대던 금융사와 핀테크 간 제휴가 늘어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비대면 금융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결과다. 금융사는 플랫폼의 강점을 가진 핀테크를 찾고 핀테크는 자사의 서비스를 활용할 금융사를 수소문하는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디지털화가 지상 과제인 금융사 입장에서는 핀테크와 손잡으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힘든 서비스나 기술을 확보하고 기존 업무를 아웃소싱해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핀테크 또한 금융사가 그동안 쌓아온 고객 신뢰도를 자사 플랫폼 인지도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고, 서비스 라인업을 다양화함으로써 고객 편의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윈윈이다.

정부도 금융 제휴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독려한다.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있으나 이를 시험할 기회가 없는 개인,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 등이 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아이디어의 효과성, 혁신성 등을 검증할 수 있도록 테스트 환경을 제공하는 D-테스트베드 사업이 그 한 예다.

참여자에게 신용정보원·금융결제원 등 금융 유관기관과 금융·비금융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한 2,200여 개 항목의 결합데이터를 지원한다. 통신 등 비금융 데이터를 보강하며 기관별 데이터가 상호 결합된 데이터셋도 제공한다. 통계성 데이터에 비해 정보 손실이 적은 가명·익명 정보를 공급한다. 우수사례에 대해서는 금융위가 금융회사와의 공통 후속연구, 사업제휴 등 매칭을 알선한다.

승자독식의 경제 전장(戰場)에선 각자도생 힘들어...여러 금융사가 함께 하는 연합작전이 유리

금융사 간 협업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은행이 ‘공동자동화점포’를 개설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올해 4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점포를 개점한 것이 시초다. 그 후 공동자동화 점포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점포가 이전하고 난 빈자리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 입출금거래, 통장정리, 계좌이체, 공과금 수납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고객 편의를 내세우나, 실은 은행의 여유 공간 활용과 운영비용 절감의 방편이다. 점포 이전에 따른 후속 조치에 불과하다. 이왕 고객을 위하는 거라면 방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여러 금융사 영업점을 한곳에 모으거나, 아니면 아예 공동점포를 개설하는 방안이다.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 신용보증기관 등이 집단을 이뤄 종합적·일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고 다양한 고객 니즈에 부응하려면 금융사 간 하드웨어적 협력만으론 부족하다. 금융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전산시스템을 연계하는 소프트웨어적 제휴까지 이르러야 한다. 장소적 ‘원스톱(one stop)’을 넘어, 실무적 ‘원세트(one set)’ 서비스로 진화해야 한다. 그래서 자료의 중복 제출, 금융사의 중복 방문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서비스 혁신을 기해야 한다.

차제에 협력에 대한 바른 인식이 요구된다. 금융사 간 제휴는 고객을 위한 것이기는 하나, 금융사에 더 큰 유익을 가져다준다. 그런 점에서 한국 금융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풀어야 할 마지막 퍼즐은 ‘협력’과 ‘동행(同行)’이다.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원리가 지배하는 살벌한 경제 전장(戰場)에서 금융사별 각자도생은 어렵다. 금융사가 뭉쳐 싸우는 연합작전이 유리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함께 가야 멀리 간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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