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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갈등, 공멸(共滅)로 가는 지름길
극한 갈등, 공멸(共滅)로 가는 지름길
  • 나병문
  • 승인 2022.12.0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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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문 칼럼]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인가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사소한 문제라도 생길라치면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할 것처럼 큰소리부터 내고 본다. 이성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의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나라에서, 너도나도 걸핏하면 핏대를 올리는 기이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하다. 

문명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그런 행태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혹자는 산업 시대의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유래된 과도한 경쟁심리와 조급증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왠지 설명이 충분치 않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느 때보다도 극한투쟁의 사회인 건 맞는 것 같다. 어찌나 무섭게 싸우는지 일찍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설파했던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울고 갈 정도다. 

우리 주위엔 툭하면 위압적인 말투와 태도로 상대방의 기를 죽이려 들거나 위세를 부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상대방 탓으로 돌리고 거칠게 공격한다. 그 기세가 너무 당당해서, 본인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확신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런데 그런 현상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합리적인 사고와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집단을 찾는 것도 갈수록 어려워지는 세상이 되었다.  

‘목소리 크기’로 경쟁하는 사회

21세기 대명천지에, 목소리 크고 힘 있는 자들이 다른 이들의 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간의 치열한 싸움이 국가와 지역, 이념과 종교,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 중이다. 그 양태와 수법 또한 다양하고 교묘하다. 심지어 악랄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갈등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내가 살려면 상대방을 죽여야만 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에서 출발한다. 서로에게 무관용의 공격성을 보이며, 무조건 상대를 압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우리 편만 아니면 아무래도 괜찮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당연히 그 앞에서 상생(相生)이란 단어는 빛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런 현상이 갈수록 확산 중이라는 데 있다. 극한 갈등 구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넓고 깊게 퍼져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인을 이용하고 겁박하는 사회는 삭막하다. 힘자랑, 갑질, 속임수, 탄압의 일상화는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는 그런 세상의 한가운데 서 있다. 싸우는 게 몸에 밴 여야(與野) 정치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온갖 세력들이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다툼을 그치지 않는다. 개인은 물론 각종 단체와 기관들도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싸운다. 사회 전체가 이전투구(泥田鬪狗)에 빠져있는 양상이다.  

갈등의 본질은 이기주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 투쟁의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중에서도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려 든다. 그들은 혼란한 정세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국민을 우습게 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어느 유권자가 그들에게 민생은 도외시하고 당리당략만을 위해 피 튀기며 싸우라고 허락했단 말인가. 

이미 거대 세력이 되어버린 대형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언제부터인가 노동운동의 순수성을 잃었다. 겉으론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그보다는 노련하게 조직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갈수록 정치색이 짙어지는 지도부는 조합원들을 수시로 극한투쟁의 장으로 몰아간다. 노사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그들의 투쟁방식은 합리적이지 않을 뿐더러 비민주적 행태의 전형이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손에 쥔 권력을 쉽사리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불법적이거나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짓은 삼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욕망의 범위를 넓히려 드는 세력들이 사방에서 준동하고 있다. 그 끝이 어디라는 것 쯤은 누구라도 알 것 같은데, 정작 당사자만 모른 채 질주한다.  

‘상생(相生)의 길’ 모색해야  

권력을 가진 이들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갈등의 요인을 찾아서 해결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며 말없이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것이다. 알다시피 백성들은 혼자만 잘 살기를 원치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상생과 공동 번영이다. 이 같은 백성들의 뜻을 저버리고 지금처럼 각자의 이익 만을 좇다가는 필연적으로 공멸할 뿐이다. 국민은 나락으로 빠지고 투쟁의 당사자들 또한 파멸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것이다. 이는 역사를 통해서 충분히 증명된 진리다.  

정부와 정치권, 노동운동 세력들은 모름지기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자신들의 존립이 백성들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잠시라도 잊으면 안 된다. 끝까지 이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필연적으로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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