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금 누수를 유발하는 비급여 의료비 중 1위는 도수 치료...지난 해 지급 보험금만 1조1319억원에 달해
[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 금융당국이 가입자 부담을 우려하며 보험료 인상을 자제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이 내년에도 실손 의료보험료를 10% 이상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보험사기범을 적발하고 병원들의 과잉진료를 신고하는 등의 방식으로는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실손보험료는 지난해 평균 10~12%, 올해는 14.2% 올랐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오는 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하는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를 통해 내년부터 적용될 실손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의 조율을 거쳐 오는 20일 최종 방안이 확정된다.
보험업계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실손보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평균 20% 이상의 보험료 인상폭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 상황과 고물가 시기임을 고려해 10% 안팎의 보험료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주요 손보사들의 실손보험 시장 점유율은 80%를 육박했다.
다만 실손보험으로 인한 누수 또한 크다. 지난해 전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2.5%에 달했고, 그 결과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서 2조8600억원에 이르는 보험손실을 안았다. 이에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신한투자증권은 “보험사들은 최소 10% 안팎의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합리적인 안”이라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보험료는 보험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인상률을 최소화하려고 보험업계와의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실손보험 적자는 결국 보험료 증가로 이어져 가입자의 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다. 특히 실손보험금 누수를 유발하는 비급여 의료비 중 1위는 도수 치료로 지난해 지급 보험금만 1조1319억원에 달했다.
도수 치료는 약물 치료나 수술 없이 물리치료사가 척추와 관절 등 신체를 교정해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요법으로 중장년 및 노년층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도수 치료의 경우 처방 및 시행하는 의사의 범위도 정해지 있지 않고 비전문적인 치료에다 치료비도 의료기관별로 최대 1700배까지 차이가 나서 보험금 지급 분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전환 유도를 위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1∼3세대에서 4세대로 전환 시 1년간 보험료 50% 할인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매월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고객이 지난해 1만명대에서 올해 2만명대로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국민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선으로 협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보험사 간의 물밑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상률이 상당 부분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