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차주 비중 증가세…한은 "과다 차입자, 영세 자영업자, 한계기업 선별적 지원 강화"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작년 6월 은행에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3억 원과 5천만 원을 신용대출 받아 수도권 아파트를 마련했다. 당시 금리는 각각 연 2.5%, 3.6% 선이었다. 다만 24일 기준 A씨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주담대 5.3%, 신용대출 6.4% 수준으로 2배 뛰었다. 이달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은 1년 5개월 사이 60만 원 가까이 불어나 190만 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결과,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 3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연 0.5%에서 3.25%로 2.75%포인트나 뛰었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만큼만 올랐다고 가정해도 1756조 원 규모의 가계대출에 뒤따르는 이자부담 증가액만 38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더구나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0.25∼0.50%p 더 오를 경우 다중채무자, 20·30 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영끌족’, ‘빚투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의 예금 금리 등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은행이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0.25%p 뛰고 대출금리 상승폭도 같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약 3조3천억원 늘어난다.
이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에 은행·비은행 금융기관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 추정치(평균 74.2%)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지난해 8월 금통위가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p 인상했고, 이후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빅 스텝(0.50%p 인상)을 포함해 모두 2.75%p 인상한 만큼, 1년 3개월간 늘어난 이자만 36조3천원에 달한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즉 작년 8월 이후 0.25%포인트의 11배인 2.75%포인트가 뛰었으니, 대출자 한 사람의 연이자도 180만4천원씩 불어나는 셈이다.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전망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3.50%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3.75%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에 따라 이미 8%에 육박한 대출금리도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18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280∼7.805%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연 6.218∼7.770%) 역시 8%대에 바짝 다가섰고,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연 5.200∼7.117%)와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5.230∼7.570%)도 7%를 훌쩍 넘었다.
이에 무리해서 빚을 끌어다 쓴 이들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급증하고 있다.
한은의 9월 금융안정보고서상 올해 1분기 기준, 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 보유 차주 가운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 비중은 전년말 대비 0.3%포인트 증가한 6.3%로 나타났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가계 취약차주와 과다 차입자, 저소득‧영세자영업자,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증대되고 있다"며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고,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해 금융기관의 유동성 사정을 수시 점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