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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없는 영토와 주권은 무의미...이민자 수용과 포용은 필수
국민 없는 영토와 주권은 무의미...이민자 수용과 포용은 필수
  • 권의종
  • 승인 2022.11.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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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곧 힘, 국가경쟁력의 이음동의어...마지못해 ‘받는’ 이민보다, 마다 않고 ‘품는’ 이민정책으로 나아가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이민청이 신설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법무부가 ‘출입국·이민 관리체계 개선추진단 설치 및 운영 규정’을 시행했다. 2023년 설치를 목표로 제도 정비와 예산안 마련 등 준비작업을 본격화한다.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얼개가 마련되면 이민청의 규모와 역할, 조직구성 등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가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4만 명. 1년 전보다 9만1,000명 감소했다. 인구감소는 센서스 집계가 시작된 1949년 이래 72년 만에 처음이다. 2070년이면 총인구가 3,765만 명으로 지금보다 20%가량 줄어들 거로 내다본다. 그동안 1·2차 저출산 고령화 정책에 300조 원 넘는 나랏돈을 투입했다. 효과가 없었다. 출산율은 되레 내리막길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70년대만 해도 한 해 100만 명가량 신생아가 태어났다. 2020년부터는 그 수가 20만 명 선으로 급감했다.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 562명에 그쳤다. 고령화 속도 또한 빠르기 그지없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7.5%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이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49년에는 40%에 달할 거라는 예상이다.

졸지에 세계 최저 출산율에다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금의 인구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급격한 경제 위축은 물론 국가 소멸 위기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출산율 제고에 중점을 뒀다.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부가 기존의 저출산 대책에 더해 이민청 설립이라는 새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 가장 빨리 늙어가는 대한민국...저출산 대책과 함께 이민자 수용 서둘러야

국내 체류 외국인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 25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뒤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올 5월 201만2,862명을 기록했다. 이미 외국인 200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으나 이민에 대한 국민적 인식 수준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는 여성가족부의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바다.

세대별 차이가 특징이다. 이민자 수용성 지수가 청소년의 경우 70%로 비교적 높다. 중·고교 학생은 다문화 수용에 대한 편견이 그래도 덜한 편이다. 성인이 문제다. 19~74세의 경우 이 지수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외국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불신이 그만큼 높고 다문화 수용 수준이 아직도 낮다는 얘기다. 이주민의 국내 정착과 사회 갈등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다.

이민청 설립 논의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거론돼온 해묵은 화두다. 노무현 정부 때도 논의가 있었다. 2006년 그 당시만 해도 외국인 인구가 54만 명으로 지금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정서상으로도 외국인 수용에 지금보다 수동적이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이민청 설치를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나라가 언제까지나 한민족 단일국가 체제로 유지되기 어려운 점을 참작해도 맞는 방향이다.

이왕 이민청 설립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정부가 인구 소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당장 부족한 생산가능인구 확보를 위해 이민자 수용은 긴요하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이민자 포용은 필수다. 출신이나 피부색이 달라도 대한민국을 자기 나라로 생각하는 이민자들이 섞인 세계 시민국가가 될 때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인구 소멸에 적극 대응해야...이민자 섞인 세계 시민국가가 될 때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어

종교계도 인구감소를 우려한다. 새 신자 유입이 늘지 않고 있어서다. 젊은 층과 유아 청소년 신자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밀알선교단 조봉희 이사장의 제안은 정곡을 찌른다. 21세기 다민족 다문화 시대를 맞아 선교 패러다임의 혁신을 주문한다. 외국인을 귀찮은 골칫덩이가 아닌 굴러온 복덩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로 ‘가는’ 선교, ‘보내는’ 선교도 중요하나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이주민을 ‘품는’ 선교를 권장한다. 탁견이다.

종교계가 이럴진대 국가경영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우리나라가 다민족 다문화 국가 시대를 앞서 개척해야 맞다. 세계사를 돌이켜봐도 개방은 성공했고 쇄국은 실패했다. 1492년 레콘키스타(Reconquista)로 이슬람교도와 함께 유대인을 떠나보낸 에스파냐는 쇠약의 길로 들어섰다. 대신 이들은 받아들인 앤트워프, 브뤼허, 암스테르담은 16세기 무역도시로 꽃을 피웠다. 훗날 뉴암스테르담 즉 지금의 뉴욕 또한 글로벌 금융수도 월가의 신화를 창조했다.

한일 간 역사도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주변국보다 빨리 서구에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근대국가로 일찌감치 발돋움할 수 있었다. 조선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주어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쇄국을 고수했다. 늦게서야 불리한 조건으로 개항하는 바람에 패망의 길을 피해 갈 수 없었다. 36년 동안 식민지배의 고초를 겪어야 했다.

미국은 케냐계 아버지와 유럽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버락 오바마를 2008년과 2012년 대통령으로 뽑았다. 올해 영국도 그랬다. 최초의 인도계 출신 총리, 최초의 유색인종 총리, 최초의 힌두교 신자 총리로 리시 수낵을 선택했다. 인구는 곧 힘이다. 국가경쟁력의 이음동의어다. 국가 구성 3대 요소 중 으뜸은 국민이다. 국민 없는 영토와 주권은 무의미한 존재다. 대한민국의 성공과 번영을 위해서는 마지 못해 ‘받는’ 이민보다, 마다 않고 ‘품는’ 이민이 좋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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