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원들, 베이비스텝 암시…“물가, 환율에 지금은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베이비스텝) 인상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기준금리 인상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1400원대를 웃돌던 원·달러 환율도 1320원대로 떨어지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폭을 조절할 전망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5.7%, 5.6%로 오름세가 둔화되는 듯 보였지만 다시 상승했다.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지난 7월(6.3%) 이후 고점은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도 7월에 물가가 정점이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물가 상승세도 잦아들고 있어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망치 7.9%를 하회한 7.7%, 생산자물가는 전망치인 8.3%보다 낮은 8.0%을 기록했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소비자물가지수와 함께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의 금리인상과 양적긴축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느린 속도로 금리인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언급은 연준이 다음달 열릴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낮출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그러면서 그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과 억제를 지속하는 것 모두를 위해 해야 할 추가적인 작업이 있다"며 "좀 더 신중하고 데이터(경제지표)에 기반해서 움직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12월 FOMC 회의 전까지 물가와 고용 지표가 추가로 발표됨에 따라 최신 지표를 검토한 뒤 인상폭을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에 요동치던 원·달러 환율도 1주일 사이 100원 이상 급락하며 1300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10월 빅스텝 찬성 금통위원들, 기준금리 속도조절 암시…베이비스텝 유력
지난 11일 ‘기대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주제로 금요강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박기영 금통위원은 “환율이 최근 하락하긴 했으나 얼마나 버텨주는지를 한 번 봐야 하는 것이고 매번 금리 결정이 바뀌는 것 같다”며 “물가를 걱정하다가 어느 순간 환율이었다가 지금은 금융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속도 조절을 암시한 발언으로 오는 24일 베이비스텝에 표를 던질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박 위원은 10월 빅스텝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지난 15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금융학회가 공동개최한 정책포럼에 참석한 서영경 금통위원은 “앞으로 한미 간 금리차 역전 폭이 어느 정도 확대되는 것이 불가피할 거 같다”고 밝혔다. 연준의 금리 인상 수준을 무작정 따라가기는 힘들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일 한은이 발표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6명의 금통위원들 중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했다. 0.5%포인트 인상에 찬성했던 위원들이 오는 24일에는 0.25%포인트 인상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베이비스텝이 유력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