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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의 '딜레마'...이라크사업 정산 '곤경', 미수금 해결 '불투명'
한화건설의 '딜레마'...이라크사업 정산 '곤경', 미수금 해결 '불투명'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11.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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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주택수, 공사비용조달 놓고 이견. 이라크는 줄 공사비도 다 줬다는 입장
반면 한화는 못받은 공사비 9천억 주장. 받아놓은 선수금으로 해결 맞서
나신평, 견해차 커 국제소송 가능성도. 이라크 새 정부 입장 더 지켜봐야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한화그룹은 최근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건설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면서 선수금을 충분히 받아놓아 돈 떼일 염려는 별로 없다고 밝혔지만 프로젝트 관련 미수금과 선수금의 상계 가능여부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라크 발주처가 선수금 반환을 요청하고, 한화는 또 공사미수금 회수요청을 할 경우 국제 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어 미수금을 100% 모두 회수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당초 총 수주액은 101.2억달러(당시 환율 14조원)였다. 한화측은 이중 49.51억달러의 공사대금을 청구, 43.22억달러를 수령했으며, 미수금은 현재 모두 6.29억달러(8900억원)이고, 지난 8월말 현재 받아놓은 선수금은 6.6억달러라고 밝히고 있다.

▲한화측이 밝힌 비스마야 공사대금청구및 수령현황(억달러)
▲한화측이 밝힌 비스마야 공사대금청구및 수령현황(억달러)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최근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 사업철수 모니터링 현황보고서에서 현재로서는 이라크의 선수금 반환요청과 한화의 공사미수금 회수요청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나신평은 이라크 프로젝트의 관련 계정금액 및 공사규모가 한화의 재무수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의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라크내 상황과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계속 모니터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이라크 NIC(국가투자위원회)는 이라크 총리실 직속 기관이다. 이라크는 작년 10월 총선후 내각구성 문제로 정권 공백이 1년간 지속됐으며, 지난달 중순 압둘 라티프 라시드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선출후 즉시 모하메드 시아 알 수다니 총리가 임명되었으며, 향후 NIC 의장 교체 등으로 추후 공사재개를 위한 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나신평은 설명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한화와 한화의 100% 자회사였던 한화건설은 이라크 비스야마 신도시건설 사업에서 전면 철수한다는 내용의 기습 깜짝공시를 지난 107일 한 바 있다.

226월말기준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개요(억원)

 

수주총액

기납품액

수주잔액

미청구공사

손상차손누계액

공사미수금

대손충당금

BNCP

103.462

46,530

56,901

0

0

6,019

256

SI

26,532

7,700

18,831

464

0

2,116

63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이 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인근 비스마야란 곳에, 2012년부터 2027년까지 모두 101.2억달러를 투입, 주택 10만호, 상주인구 60만명 정도의 분당급 신도시를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한화그룹 역대 최대 해외수주였다.

한화건설은 2012년 이라크 NIC로부터 계약금액 80억달러의 비스마야 국민주택도급사업(BNCP)을 수주했다. 비스마야 신도시의 도로, 상하수도 등 인프라 사회기반시설 확충사업인 SI(Social Infra)사업은 20154월 계약금액 21.2억달러에 수주했다. 납기(공사준공)2건 모두 202712월말.

지난 107일 공시에서 한화건설측은 BNCPSI의 공정율이 현재 각각 38.1% 26.4%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화건설 반기보고서를 보면 지난 6월말 기준 이 두 프로젝트의 진행율은 각각 44.99% 29.02%로 나온다.

한화와 한화건설은 지난 7“NIC의 기성금 지연지급 및 미지급 등 계약위반을 이유로 계약에 따라 NIC에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건설측은 언론에 더 큰 손실을 피하려는 결단이며, 여기서 공사를 더 진행하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어 사전에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사비를 제대로 받을 것이란 기대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일부 언론에 설명하기도 했다.

한화건설측은 또 이라크측에서 사업 진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앞으로 협상을 통해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면서 "미리 받은 선수금으로 미수금의 상당분을 상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는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론에 설명하기도 했다.

공사가 진행중이라면 공사미수금이 쌓였다고 해도 선수금 전액과 상계할 수 없다. 선수금은 완공시까지의 공사 전체에 대해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 해지로 공사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면 미수금 전부를 상계할 수 있다. 선수금과 미수금을 상계하겠다는 한화측의 설명은 이에 근거한 것이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진행율(%)

 

2020년말

2021년말

226월말

22107일 현재 공정율(진행율과 다소 다른 개념)

비스마야 BNCP사업

44.3%

44.83

44.99

38%

비스마야 SI사업

28.26%

28.87

29.02

26%

< 자료 한화건설 반기보고서>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지 언론 등이 보도한 이라크 NIC의 지난 10일 공식 성명서에 따르면 2012년 프로젝트를 수주한 한화가 약속한 공기(7)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했다며, 책임을 한화에 돌리고 있다.

또 이라크 정부가 사업비의 25%를 대고 나머지 75%는 한화가 공사비조달을 맡기로 계약이 이루어졌고, 계약서 서명 이후 25%에 해당하는 20억 달러를 모두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중동 현지 언론이 보도한 이라크 정부의 두 번째 성명서를 보면 한화가 2012년 계약 체결 후 2년 이내에 1500호의 주택을 인도하고, 2014년 이후 매년 22500호를 인도하기로 했지만, 2014년 인도된 주택은 1440호였고 총 인도된 주택은 2400호이지만 그중에서도 9000호는 미완성(incomplete)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화 측이 밝힌 완공 주택 3만호와는 크게 다른 수치다.

기업공시분석 전문매체인 재무재표를 읽는 사람들(이하 재읽사)은 양측 발표에 여러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읽사에 따르면 우선 한화건설이 SI사업에 대해서는 지난 6월말 현재 464억원(3,592만달러)의 미청구공사를 인식하고 있지만 BNCP에 대해서는 미청구공사를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비가 발생했지만 여러 이유로 발주자에게 공사대금 청구는 하지 않은 걸 뜻한다.

어떤 문제로 인해 공사비가 과다하게 투입되거나, 공사비 투입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진척되지 않을 수 있다. 공사의 진척 없이 또는 공사의 진척에 비해 과다하게 공사비가 투입된 원인이 시공사의 잘못이 아니라면, 대부분 미청구공사는 발주자와 추가 협상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만약 미청구공사 발생 귀책 사유가 시공사에 있다면, 발주자는 공사대금 지급을 거절한다. 공사계약 금액 수정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미청구공사는 시공사의 손실로 끝나게 될 수 있다.

재읽사는 공사 중단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공사에 미청구공사가 남아 있다는 건, 공사계약금액 인상 협상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이라크 정부가 공사계약금액을 올려 달라는 한화건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한화건설이 계약해지를 통보한 만큼 이 SI 미청구공사는 손실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재읽사는 밝혔다.

재읽사는 이해하기 어려운 건 주택보급공사(BNCP)에 미청구공사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공사규모가 인프라공사의 4배에 이르고 장기간 공사가 지연된 건 똑같은데, 미청구공사가 없다는 건 한화건설이 투입한 공사비 전체에 대해 예정이익을 더해 공사대금 청구가 이루어졌다는 걸 뜻한다고 보았다.

청구한 공사대금을 이라크 정부가 그대로 인정한다면 한화건설은 선수금과 상계를 하든 분쟁을 하든 공사미수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한화그룹측은 10만호 주택 중에 3만호를 완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인도받은 주택은 2400가구이고 그 중 9,000가구는 미완성(incomplete) 상태로 보고 있다. 양측이 생각하는 공사 진척도가 다른 것이다.

공사진행률은 공사비가 투입된 정도를 의미하지만, 실제 공사의 진행 정도는 공정률이라고 할 수 있다. 발주자의 공사대금 지급은 공사진행률이 아닌 공정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BNCP80억 달러 짜리이고 공사 진행률이 44.99%라니, 지금까지 인식한 공사수익은 약 36억 달러다. 21.2억 달러 규모인 SI의 진행률은 29.02%이니, 지금까지 인식한 공사수익은 약 6억 달러다. 합하면 42억 달러가 좀 넘는다.

반면 이라크 정부가 더 의미를 둘 공정률은 한화 공시에 따르면 각각 38.1%, 26.4%. 여기에 각 공사의 사업비를 곱하면 대략 36~37억 달러 가랑의 기성금이 된다.

이라크 비스마야 공사미수금 규모(억원)

2015년말

2018년말

2019년말

2020년말

2021년말

226월말

2210월초 현재

4,537

1,227

5,851

7,876

7,415

8,135

8,930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신용평가>

한화건설은 이라크정부로부터 선수금과 기성금으로 받은 금액이 432200만 달러라고 했다. 여기서 기성금을 빼면 한화측이 밝힌 지난 8월말 선수금 잔액 6.60억 달러가 얼추 맞아 떨어진다.

재읽사는 이라크 정부가 줄 돈을 다 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이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사가 이루어진 부분 만큼 한화건설이 공사대금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한화건설은 공사진행률 만큼 공사대금을 달라는 것이고, 이라크 정부는 공정률 만큼 공사대금을 다 주었다는 각자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고 볼수 있다.

양측이 한화의 한화건설 합병 문제를 결별 구실로 삼았지만 실제는 이런 견해차가 심화된 것이 진짜 이유로 보여진다.

한편 한화건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두 프로젝트 합쳐 지난 6월말 공사미수금은 모두 8135억원(당시 환율기준)으로, 한화건설 전체 미수금 1478억원의 79.6%에 달했다. 합계 대손충당금 319억원도 회사 전체 충당금의 100%.

2015년말 4537억원이었던 비스마야 공사미수금 규모는 2018년말 122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가 2019년말 5851억원, 20년말 7876억원, 21년말 7415억원, 그리고 지난 6월말 8135억원으로 계속 늘어왔다.

김승연 회장까지 현지에 여러차례 등장하며 요란하게 출발했던 이 사업은 2014년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상당 지역을 점령하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으로 몰렸다. 2017년 전쟁 종결 선언으로 안정되는가 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공정이 중단된 이후 2년 이상 정상화되지 못했다.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유가급락으로 이라크 정부 재정수입이 크게 줄어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었다. 작년부터 유가가 급등했는데도 공사는 계속 지지부진했다. 이라크사업이 대부분인 한화건설의 해외도급건축공사 완성공사 및 수익인식액은 21125억원, 올 상반기 193억원에 각각 불과했다. 올 상반기 한화건설 매출의 1.07%에 불과한 금액이다.

이라크측으로부터 받은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대금 매출액(억원)

2016~2018년 연평균 매출

2019

2020

2021

22년 상반기

4천억원

6,619

3,597

125

193

<자료 한국신용평가 및 한화건설 반기보고서>

20196619억원, 203597억원 선이던 이 공사현장 매출액이 작년이후 이렇게 줄어버린 것이다. 아주 조금씩만 공사를 진행하면서 그만큼의 공사비만 받았다.

이라크 신도시사업은이 한화건설의 발전과 해외진출에 큰 분수령이 되고, 많은 직간접 도움 준 것은 사실이다. 이런 프로젝트를 절반도 완성 못하고 전면철수함에 따라 그 이유야 어떻든 한화가 입을 피해는 단순히 공사미수금 9천억원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 IB업계 전문가는"한화에 한화건설이 최근 합병되었지만 한화의 해외사업에는 멍에처럼 따라 다닐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화의 국내외 신인도에도 여러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지난 2일 한화로 흡수합병돼 앞으로 이라크 문제를 비롯한 한화건설의 주요 공사는 모두 한화가 승계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비스마야 프로젝트의 계약해지 효력은 지난 1028일부터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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