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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 지표 과신(過信)이 문제...거시지표만 믿다간 실기(失機)
'돈맥경화', 지표 과신(過信)이 문제...거시지표만 믿다간 실기(失機)
  • 권의종
  • 승인 2022.10.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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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경제는 없어...많은 지표가 다가올 미래 모습을 생생하게 예고...경제 흐름 엿보려면 제발 숫자에 속지 말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시장이 빙하기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자금 시장에 돈줄이 말라 간다. 4, 5대 그룹의 대기업도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사태가 심각하다.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정부가 주말 회의를 소집했다. ‘50조 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발표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화한다. 

한국은행도 막힌 돈줄 뚫기에 나섰다. 앞으로 석 달간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를 담보로 금융사에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은행과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한은 적격담보대출 증권과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공개시장운영 환매 대상 증권에 한시적으로 포함할 것을 의결했다. 6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정부 개입이 굼떴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약발은 받지 않고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이다. 단기 급등 고금리로 자금흐름이 막히는 ‘돈맥경화’가 심해지며 부실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예고한 유동성 공급 규모로는 시장 안정에 탁없이 부족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높은 금리도 문제려니와 커진 부채 규모도 골칫거리다. 기업이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부채가 6월 말 기준 532조5,193억 원에 달한다. 2011년 916조 원이던 가계부채는 6월 기준 1,869조 원으로 늘어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2011년 51조 원에서 6월 말 현재 112조 원으로 불어났다. 고위험 PF 잔액만도 25조 원에 이른다. 국가 부채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부채 공화국’의 볼품없는 자화상이다. 

매크로한 지표로만 정책 펼치는 건 위험천만...현장 경기 등 디테일한 지표도 고루 살펴야 

지표를 과신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일부 지표만 믿고 위기 대응에 실기(失機)한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경제가 어려워졌는데도 위험 수준이 아님을 누누이 강조해왔던 정부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다는 말을 주야장천 읊어댔다. 지금의 경제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며, 외환보유액이나 국가신용도 면에서 건실함을 애써 강변해 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민총생산(GDP) 기준 40% 정도의 순대외자산과 25%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인 게 사실이다. 외환위기 당시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지금은 그 4배가 넘는다. 단기외채 기준 비율도 30%에서 지금은 3배로 늘었다. 경상수지도 당시는 적자였으나 아직은 흑자 상태다. 

지표는 두루 살펴야 맞다. 지금처럼 힘든 상황에서는 매크로한 지표만 보고 정책을 펼치는 건 위험천만하다. 현장 경기나 소비 동향, 자금 흐름 등 디테일한 지표도 고루 살펴야 한다. 외환보유액, 국가신용등급 등 거시건전성 지표만 봐서는 현실에 맞는 해법은 내놓기 어렵다.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것 같은 중차대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지표는 추세도 봐야 한다. 지금처럼 제반 경제지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실제가 경제가 가라앉고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무역수지에 이어 경상수지도 적자 전환 기미다. 고삐 풀린 물가는 진정은 커녕 고개를 든다. 1,400원 중반까지 치솟은 원 달러 환율은 그 끝이 어디일지 가늠조차 힘들다. 실물경기가 는 속절없는 추락,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은행의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6를 기록했다. 1년 8개월 만에 최저치다. 

거시·미시지표 두루 살피고 추세도 봐야... 지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책임회피는 금물

지표에 겸손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현실 모면이나 책임회피를 위한 핑계는 금물이다. 무역수지 개선 대책이 안 보인다는 지적에 국무총리가 “무역수지가 아니라 경상수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경제부총리는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는 다르게 나온다”고 했다. 무역수지 지칭을 국제수지를 개선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을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도 구분 못 하는 문외한 취급하는 듯한 말투가 듣기 거북하다. 

한미 통화스와프도 그렇다. 한은 총재는 애초 부정적 태도를 내비쳤다.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영국과 유로존, 캐나다에서도 달러가 강세다. 현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로 달러 강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다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선 돌연 말을 바꿨다. “한미 통화스와프에 대비해 우리는 연준과 굉장히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은 막무가내의 끝판왕이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큰 충격과 혼란을 안겼다.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서야 강원도지사가 “본의 아니게 사태가 이렇게 흘렀다”며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레고랜드 건설 관련 채무 보증 2,050억 원을 12월 15일까지 전액 상환할 뜻을 밝혔다. 그러면 뭐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사후 약방문인 것을.

예측할 수 없는 경제는 없다. 수많은 지표가 다가올 미래 경제의 모습을 생생하게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빨리, 조금만 더 깊게 미래 경제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면 위기쯤은 능히 대처할 수 있다. 경제 안정이나 지속성장도 어렵지 않다. “미래는 이미 우리 옆에 와있다. 단지 널리 펴져 있지 않을 뿐이다”는 미국의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명언. 새겨들을 경구(驚句)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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