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담보가치 하락…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중심 차주 신용위험 악화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해지면서 기업 신용위험도가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국내 은행들이 당분간 기업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저축은행, 카드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환부담이 커지면서,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차주들의 신용위험이 악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4분기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는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과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출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태도를 강화한 영향이다.
한은은 "국내은행들이 대출건전성 관리 필요성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상황 등으로 전분기에 이어 4분기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강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가계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로 금융기관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일반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완화적 태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행태서베이는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국내 금융기관 204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올 3분기 대출 동향과 4분기 전망을 설문 조사해 마이너스(-)100에서 플러스(+)100 사이의 지수로 표시했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를 나타내면 금융사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한도를 확대하는 등 대출 태도를 완화한다는 의미다. 마이너스(-)는 금융사들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이전보다 대출 문턱을 높인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예상한 4분기 신용위험지수는 39로, 3분기(31)보다 8포인트 상승하면서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2020년 2분기(42) 이후 가장 높았다.
4분기 대기업의 신용위험 지수는 17, 중소기업은 31로 3분기(11, 25)보다 6포인트씩 상승했다.
가계 신용위험은 3분기 33에서 4분기 42로 9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2020년 2분기(40)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지난 2003년 3분기(44)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일부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저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대 등으로 가계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4분기 대출수요 지수는 -6으로 3분기(-10)에 비해 4포인트 높아졌다.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가계주택(-17)과 가계일반(-14)의 대출수요는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 지속, 유동성 확보 등의 요인으로 대기업(6)과 중소기업(3)의 대출수요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4분기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태도지수를 살펴보면 상호저축은행(-32), 상호금융종합(-38), 신용카드(-25), 생명보험(-20) 모두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채무 상환능력이 악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비은행기관의 차주 신용위험은 모든 업권에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상호저축은행 차주 신용위험지수는 4분기 34로, 2013년 4분기(32) 이후 가장 높았고, 상호금융조합(40), 생명보험(34) 역시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1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등 담보가치의 하락이 신용위험 증가요인으로 지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