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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본질은 '모니터링' 아닌 ‘액션닝’...경제위기엔 행동으로 나서야
정책의 본질은 '모니터링' 아닌 ‘액션닝’...경제위기엔 행동으로 나서야
  • 권의종
  • 승인 2022.10.2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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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링이 모니터링으로 끝나선 아무런 의미 없어...위기가 눈앞인데도 바라만 보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정책실패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말할 때 영어 단어를 섞어 쓰면 왠지 유식해 보인다. 전문가 같고 지성인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공직자의 영어 단어 구사가 잦다. 한글날 연휴 지나고 얼마 안 돼 그런 언론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워싱턴DC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 동행한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 관련 보도였다. 

요지는 이러했다. 한은 총재가 급격한 강(强)달러 기조가 세계 다른 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스필오버’ 효과를 거론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높아 당분간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추세를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그런 정책이 미치는 여러 스필오버도 유심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과거 경험이나 달러가 차지하는 위치로 볼 때 (미국도) 해외에 미치는 스필오버와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스필백’을 고려할 것”이라 부연했다.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강화와 한국의 통화정책’ 강연에서는 “제가 전보다 직설적이지 않고 모호하게 이야기한다는 점을 알게 될 텐데, 이는 중앙은행원이 배워야 하는 미덕”이라 설명했다.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안내 지침)와 달랐던 한은의 최근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결정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쯤 되면 내용이야 어찌 됐든 형식만큼은 국적 불명이다. 우리말과 영어가 뒤엉킨 콩글리시 구조다. 기사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괄호 안에 자상한 도움말을 달았으나, 그게 없다면 내용을 이해할 자 많지 않아 보인다. 간담회 참석 기자는 물론 금융 전문가조차도 알아먹기 힘들 성싶다.

전문용어야 그렇다손 쳐도...우리말 표현이 가능한 일상어까지 외래어 인용은 보기 민망

잦은 영어 단어 사용을 탓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전문가 견해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건 예의가 아니다.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 구사는 어쩌면 당연지사다. 우리말에 마땅한 용어가 없어 원어를 인용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그래도 정도껏 해야 맞다. 전문용어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우리말 표현이 가능한 일상어까지 외래어를 끌어다 쓰는 건 보기에 민망하다. 

근자에 고위 관료들이 공식 석상에서 자주 써먹는 영어 단어가 있다. ‘모니터링(monitering)’이다. 걸핏하면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말을 쏟아내곤 한다. 시도 때도 없다. 상황이 곤란하거나 답변이 궁색해지면 으레 모니터링을 들먹인다. 위기 모면 의도가 크다. 외환위기를 목전에 두고도 ‘펀더멘탈’을 들먹이다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1997년의 쓰라림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부처는 모니터링을 입에 달고 산다. 수입물가가 급등해도, 원 달러 환율이 치솟아도, 국제유가가 불안해도 온통 모니터링 타령이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대처도 그렇다. 관련 부처 모두가 모니터링 모드에 돌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개인정보 침해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화재 발생 후 일부 송금 및 결제 등 금융서비스가 상당 시간 장애가 발생, 그 원인과 비상대응계획 가동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발표했다. 

금감원의 모니터링 대상은 이 말고도 더 있다. 파생결합증권(ELS·DLS) 증가와 관련해 국내외 주가지수 하락에 따른 투자자 손실위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를 밝혔다. 부동산 경기 악화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는 부동산 PF시장 밀착 모니터링을 선언했다. 금융권의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해서도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속 모니터링을 예고했다. 

지켜만 보고 있다 보면 결국 사고는 터지게 마련.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마비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포함한 '50조 원+α' 의 유동성 지원 조치를 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꼭 일이 터지고 나서야 호떡집에 불난 듯 부산을 떨곤 한다. 힘은 힘대로 들고 돈은 돈대로 들면서 효과는 미지수인 이유다.

위기 임박했는데도 모니터링만 하는 건 업무 태만이자 직무유기...우유부단은 ‘무용지물’ 

감사원이라고 다를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이전에 대해 “이전 예산 규모도 크고 과정도 불명확하다”며 감사를 촉구했다. 그러자 감사원장이 “지금 저희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국세청의 국감 말투 또한 비슷하다. “세수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경기 동향과 세수 진행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자체에서도 모니터링은 대유행이다. 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지역대표와 시민이 참여하는 정책 모니터링단을 앞다퉈 발족한다. 대학도 학생 모니터링단 출범에 경쟁적이다. 군대 또한 장병급식·피복 모니터링단 발대식을 가졌다. 훈련 장비를 착용하고 사격 체험을 하며, 병영 식당을 방문해 식당 환경과 조리과정, 배식 상황을 점검할 요량이다. 

정책의 본질은 모니터링이 아닌 ‘액션닝’이다. 모니터링이 모니터링으로 끝나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니터링은 대책 마련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각 상응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다. 위기가 목전에 이르렀는데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엄연한 정책실패다. 우유부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무용지물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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