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p))을 단행하며 한국이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에 들어섰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p 인상키로 결정했다.

한은 역사상 초유의 다섯 차례 연속 인상으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 리스크(위험)가 증대되는 만큼 통화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3.7%)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환율 상승과 주요 산유국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통위는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이로써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0.50%까지 내렸던 기준금리은 지난해 8월 26일 0.25%p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같은 해 11월, 올해 1·4·5·7·8월과 이날까지 약 1년 2개월 사이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0.25%~0.50%p씩 총 2.50%p 올라 3.00% 기준금리에 도달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는 일단 0.00∼0.25%p로 좁혀졌다. 하지만 11월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밟으면 차이는 0.75∼1.00%p로 곧 다시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통위가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사전예고 지침까지 깨고 이날 역대 두 번째 빅 스텝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동기 대비 5.6% 상승,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기대인플레이션율도 9월 4.2%로 석 달 연속 4%대를 이어갔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도 빅 스텝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빅 스텝 직전까지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0.75%p인 상황에서 다음달 초 연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단행할 경우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커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이 더 뛰면서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대 달러 환율 인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수입가 인상으로 물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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