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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 신(新)농정...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발전소 설치하라
'멀티태스킹' 신(新)농정...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발전소 설치하라
  • 권의종
  • 승인 2022.10.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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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태양광발전, 산지(山地) 아닌 농지(農地)에서...농촌 재생, 에너지 생산, 환경 보전, 재정 절감 ‘일석사조’ 노려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내 이럴 줄 알았다. 산비탈에 태양광 설비를 할 때부터 알아봤다. 비가 오면 무슨 일이 생길지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8월 집중호우 또한 피해가기 어려웠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서 산사태로 70대 노인이 매몰돼 숨졌다. 370㎜ 기록적인 강우량 때문 만이 아니었다. 산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분별없이 설치한 게 주된 원인일 수 있다는 산림청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회가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횡성 둔내 사면 붕괴지 원인조사 보고서’가 이를 자세히 설명한다. 3년 전 산사태 발생 지역인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일대 2만㎡ 부지에 태양광 패널 200여 개가 들어섰다. 단시간 집중호우로 많은 양의 빗물이 비스듬한 태양광 패널을 타고 한쪽 경사면 쪽으로 흘러들었다. 경사면에 집중된 빗물로 상층부 지반이 하중을 이기지 못해 무너졌다는 게 조사단이 내놓은 분석이다. 

태양광 설비 공사를 할 때부터 지반이 약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나무를 배어 내고 뿌리를 뽑아낸 뒤 흙을 쌓는 성토, 지반 다지기를 거쳐 부지를 조성했다. 그리고 그 위에 콘크리트 블록을 쌓았다. 그런데 사고 조사 과정에서 보니 기초공사에 쓰이는 말뚝이 보이지 않았다. 지반이 견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을 개연성이 크다는 추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 시설이 없는 주변 산지의 경사면은 멀쩡했다. 같은 강우량에도 무너진 곳이 없었다. 소나무와 기타 활엽수 등이 자라고 있어 빗물 차단과 말뚝 설치 효과가 있었을 거라는 판단이다. 산림청은 산지 태양광 시설의 하중을 분산하는 등 근본적인 지반 안정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달았다. 사후약방문이다. 

농정의 양대 고민, 쌀 과잉생산과 태양광사업...큰 안목으로 연계 관찰하면 답 얻을 수 있어

고지대에까지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는 바람에 입는 피해가 막심하다. 수려한 자연경관이 망가졌다. 수십 년 된 나무가 벌목되고 오래된 숲이 사라졌다. 산림 훼손, 산사태, 토사 유출 등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태양광 시설 공사가 허술하게 진행된 곳이 어디 횡성 뿐인가. 전국적인 현상이다. 연초에 산림청이 산사태 위험성이 있는 산지 태양광 공사시설 320곳을 조사했다. 8곳을 제외한 312곳에서 보완사항이 지적됐다. 

난제일수록 발상 전환이 긴요한 터. 개별 사안에 매달려 씨름만 할 게 아니다. 다른 과제들과 함께 답을 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접근이 유효할 수 있다. 한국 농정의 양대 고민거리인 쌀 과잉생산과 태양광사업을 따로 떼어놓고 보는 것은 근시안적 행정일 수 있다. 성격이 다른 사안을 서로 연계시켜 거시적인 안목에서 궁리하면 의외의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태양광발전과 쌀 과잉생산의 고민을 동시에 해소하는 대안이다. 연간 40만 톤가량의 쌀 과잉생산량에 해당하는 면적의 농업진흥구역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는 내용을 말한다. 엉뚱한 역발상으로 비칠지 모르나, 기대효과만큼은 뛰어나다. 우선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 벼 재배면적 축소로 공익직불금을 줄일 수 있다. 쌀값 안정을 위한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 매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농가 소득은 높일 수 있다. 영남대 정재학 교수 연구팀이 2021년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계산했다. 100kW 규모의 발전소를 운영할 경우 연간 787만 원~1322만 원의 소득이 나는 거로 계산됐다. 이는 같은 면적의 농지, 약 700평에서 벼농사를 지을 때 버는 연간 농경 소득, 240만 원의 3~5배다. 태양광 패널 아래에 다른 작물을 재배하거나 미꾸라지 등 수산물을 양식하면 추가 수입도 얻을 수 있다. 벼농사를 계속하는 농업인도 전체적인 쌀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효과로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의 창의적 발상 긴요...문제를 기회로 보고 기회를 찾다 보면,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

설치비용은 저렴하다.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발전 시설의 설치는 산악지대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든다. 도로, 전기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어 작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접근성도 좋아 유지 보수나 관리가 쉽다. 거주지역과도 멀리 떨어져 민원 발생도 적어진다. 그럴 리 없겠으나, 만에 하나 식량안보가 우려되는 비상상황에서도 설비 제거가 쉬워 금세 농지로 되돌릴 수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장점은 이 말고도 더 있다. 무분별한 난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을 막고 자연경관을 보존할 수 있는 점이다. 자연 파괴는 한순간에 벌어지나 원상 복구에는 상당한 노력과 엄청난 비용, 장구한 시일이 소요되게 마련이다. 벌거벗은 민둥산이 울창한 숲으로 돌아오기까지는 30년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법률과 조례 등에서 논에 태양광발전 시설의 설치를 막고 있다. 전국 지자체 226곳 가운데 100곳가량이 농촌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규제한다. ‘이격(離隔)거리 제한’이 엄격하다. 대부분 주거지역에서 대략 300m, 도로에서 350m 이상 떨어져야 태양광발전 시설 등의 개발을 허가하고 있다.

농촌 재생, 에너지 생산, 환경 보전, 재정 절감의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방안으로 지금으로서는 농업진흥구역 내 태양광발전사업만 한 게 없다. 돌 한 개를 던져 네 마리의 새를 잡는 ‘일석사조’의 유망 대안이다. 문제를 문제로 보면 문제로 남지만, 기회로 보고 기회를 찾다 보면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정부의 창의적 발상이 긴요한 까닭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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