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조정 폭 1.5~4.0% 그친 정부 분양가상한제 개편안…‘투자 성격’ 강해 시장 상황에 민감한 탓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전국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투자재’성격이 강한 재건축 아파트의 특성이 반영된 영향이다.
7일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지난 주(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10% 하락해 일반 아파트 하락률(-0.02%)을 앞질렀다. 전주 재건축·일반 아파트가 각각 0.06% 내린 것과 비교하면 일반 아파트의 하락 폭은 축소된 반면, 재건축은 낙폭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 월간 통계에서는 연식이 20년을 초과하는 노후 아파트 가격이 8월 0.50% 하락해 준공 5년 이하 신축(-0.35%) 등 총 5개 연령대군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5월(0.01%)이나 6월(-0.07%)만 해도 재건축 아파트의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7월(-0.24%)부터 가파르게 하락중이다.
최근 들어 재건축 아파트값의 낙폭이 커지는 원인으로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이 꼽힌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출범 후 수차례 내놓은 대책들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개편의 경우 가격 조정 폭이 기존 대비 1.5~4.0%에 그친 점이나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에서 부과율 상한을 기존과 동일하게 50%로 유지한 점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가격 조정 폭이 1.5~4.0%에 그친 분양가상한제 개편안과 투자재 성격을 지닌 재건축 아파트의 특성도 최근 하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노후된 재건축 단지는 거주 여건이 떨어지고 각종 규제 대상이 되는 반면 미래 가치가 가격에 반영돼 있어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실거주보다는 투자를 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투자자산처럼 재건축 단지도 변동하는 시황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