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신규 채용 늘려 인건비 30% 급증...역대 최대 적자 자초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전력이 법인카드를 방만하게 사용하고 신규 직원 채용을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의원(국민의힘)은 2020∼2021년 한전 서울·부산·울산본부에서 법인카드로 결제된 50만원 이상의 식비를 확인한 결과 5성급 호텔에서의 식비 결제 등 부적절한 집행이 대거 발견됐다고 6일 밝혔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 서울본부 기획관리실 경영지원부는 지난해 3월 말 직원의 정년퇴직 행사 후 유명 프랜차이즈 한우 전문점에서 오찬 회식을 한 뒤 409만91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액수가 큰 것과 더불어 법정 공기업이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시행 중인 정부 방역지침을 어겼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20년 11월 초 서울본부의 마포용산지사 고객지원부는 고객지원실 체육문화행사로 롯데호텔에서 112만4536원, 다음날 기획관리실 재무자재부는 신세계조선호텔에서 177만496원의 식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서울본부 전력사업처 배전운영부는 2020년 11월 말 체육문화 행사 후 서울 중구의 오마카세 일식당에서의 식비 70만5455원을 법인카드로 비용 처리했다.
한전은 현재 출장용·하이패스카드를 제외하고 총 2636개의 법인카드를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당 50만원 이상의 식비 집행 건에 대해서는 처·실장이나 사업소장이 결재해 사용의 적정성을 확인해야 하지만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전이 상반기에만 14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출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구조 정착을 위한 전기요금의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한 한전이 이처럼 방만하게 운영된다면 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악화에도 지난 5년간 한전과 자회사에서 신규 채용한 인력과 인건비는 외려 급증하는 등 한전의 돈 씀씀이는 전혀 줄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국민의힘) 의원은 각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을 분석한 결과 한전과 자회사가 2017∼2021년 신규 채용한 인력은 1만9010명으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한전의 경우 2017∼2021년 7719명의 신입 직원을 뽑아 직전 5년간(2012∼2016년) 채용 인원(4672명)의 두 배 가까이 신규 채용을 늘렸다. 이로 인해 한전과 자회사의 인건비는 2017년 3조238억원에서 지난해 4조1647억원으로 약 30% 폭증했다.
구 의원은 "한번 신규 채용한 공공기관의 일자리는 쉽게 줄일 수 없고, 방만한 확대에 따른 체질을 개선하려면 오랜 시간과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한전과 자회사들의 무분별한 신규 채용이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