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5%대 상승을 이어가면서 통화 긴축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또 한 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에 힘이 실리면서 기준금리가 3%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기준금리가 3%대에 진입하면 연내 대출 금리도 8%대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끌족’ ‘빚투족’들의 이자공포도 현실화된다.
6일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한은이 오는 12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2012년 7월 이후 10년 만에 3%에 도달한다.
전날 통계청에서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8월에 이어 5%대를 기록하면서 상승률(5.7%)이 둔화됐지만, 근원물가(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가격 제외)가 오름세를 지속하는 등 당분간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에서 6월 6%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물가는 7월 6.3%,까지 오르며 약 24년만에 최고치를 보이다 8월 5.7%로 소폭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 오름폭이 꺾였지만, 고환율이 변수로 급부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약 14년만에 1400원을 돌파하면서 연일 연고점을 경신 중이다. 이달에만 연고점을 11번 갈아치우며 장중 한 때 1440원까지 넘어섰다.
이에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더라도 통화 긴축 정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어느 하나의 목표만 타깃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금리, 물가, 성장,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우리나라 물가 수준이 5% 이상 계속되는 동안에는 물가 중심으로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 11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원·달러 환율 급등을 감안해 한은 역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는 2.5%에서 0.5%포인트 올라 이달 3%에 올라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제는 대출이자 부담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높이면 은행 대출금리도 올라가는 수순을 밟는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를 돌파한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도 연 8%를 넘어섰다.
2년 전 변동금리로 수억원을 대출한 영끌족의 경우 이자부담만 2배가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주들이 이자 상환 부담을 느껴 소비가 위축돼야 결과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출자들의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금리가 크게 올라도 취약계층의 이자 증가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