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 부담못하는 취약기업 비중, 베이비스텝시 50%‧빅스텝시 59% 늘어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현재 대기업 10곳중 3~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워 경영난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오는 12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대기업 절반이 취약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대상(100개사 응답)으로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는 평균 2.6%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임계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임계치를 상회하는 기준금리부터는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현재 기준금리가 2.5%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차례만 더 기준금리를 올려도 상당수의 기업들이 유동성 압박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
기준금리 임계치별 기업 비중을 보면 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인 37.0%는 이미 현재 기준금리에서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행이 '베이비스텝'을 밟을 경우 대기업 10곳 중 5곳은 취약기업이 되고,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0%가 되면 취약기업 수는 59.0%에 달할 것이라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취약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기업을 의미한다. 이 중 이러한 현상이 3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한계기업(좀비기업)으로 규정한다.
현재 기업들의 자금 사정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악화된 상황이다. 연말로 갈수록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나빠진 이유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를 지적했다. 은행 대출금리 인상(39.0%)과 회사채 금리 상승(8.0%) 등 금리 영향(47.0%)이 가장 많았고, 원자재 가격 상승(23.0%), 환율 상승(17.0%) 등의 순이었다.
자금사정은 악화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올해 연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37.0%)이 감소 전망(9.0%)의 4배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6.7%)이 가장 많았고, 설비투자(23.0%), 차입금 상환(15.0%), 인건비‧관리비(12.3%) 등의 순이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상당한 만큼 경제주체들의 금융방어력을 고려한 신중한 금리 인상이 요구된다”며 “이와 더불어 외환시장 안정조치와 정책금융 확대 등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